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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해일과 피의자 탕웨이… 이것은 심문인가 연애인가?

산에서 남자가 추락한다. 형사 해준(박해일)은 남편이 죽었는데 동요가 없는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잠복 수사를 하며 그녀를 관찰하는 동안 의심은 점점 관심으로 변해간다. 취조실에서 해준이 서래와 고급 모둠초밥을 먹곤 물티슈로 함께 탁자를 닦는 장면에 이르면 관객은 혼잣말을 하게 된다. 저것은 심문인가 연애인가?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29일 개봉)은 심문과 연애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영화다. 장르도 희귀한 수사 멜로. 제주도에 가면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파도가 빚어낸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그 기괴하면서 아름다운 무늬가 떠올랐다.

유부남 해준은 반듯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가 간 길을 훑어야 한다며 암벽을 타고 올라간다. 그가 간호사 출신으로 할머니들을 돌보는 서래를 수사하는 과정은 연애와 판박이다. 관심 갖다 의심하고, 훔쳐보다 들키고, 유혹하다 거부하고, 원망하다 변명하고…. 해준은 잠복 근무를 하며 그녀의 습관까지 파악한다. 서래가 할머니 핸드폰에 넣어줬다는 노래 '안개'는 그녀를 향해 가는 차 안에서도 울려 퍼진다. 해준은 과속한다.

형사가 살인 용의자와 사랑에 빠져 수사를 그르치다니, 이 영화의 부도덕한 외피를 손가락질해도 좋다. 하지만 박찬욱의 섬세한 화법과 연출, 박해일과 탕웨이의 연기는 의문을 원천봉쇄할 만큼 웅숭깊다. 믿게 만드는 경지다. 해준의 집에 간 서래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운 미결 사건 중에 뭔가를 떼어내 가스불로 태우는 장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을 재워주는 장면도 로맨틱하다.

이 영화는 단단한 산 같은 남자가 파도 같은 여자를 만나 조금씩 잃다가 마침내 붕괴하는 이야기다. 산이 중심인 1부와 바다가 중심인 2부로 구분할 수도 있다. 해준은 서래를 피해 다른 도시로 도망치는데 그녀는 그게 끝이 아니다. 기어코 안개를 찾아간다. 해준은 안약을 자주 눈에 넣는다. 둘을 이어주는 것은 뿌연 안개. 정훈희 노래 '안개'가 반복 재생된다. 여자는 남자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고 기억한다. 만조가 되어가는 바다로 기꺼이 들어가는 수작이다.

모든 감독은 클로즈업에 마음을 담는다. 해준은 서래에게 "그 핸드폰을 더 깊은 바다에 빠뜨리라"고 거듭 말한다. 우리가 '색계'와 '만추'에서 보았듯이 탕웨이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금고 같은 표정과 눈빛을 가진 배우. 그 묘한 매력을 영리하게 극대화한 영화다. 그녀가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이라는 설정, '붕괴'가 무슨 뜻인지 검색해보는 대목은 그 어떤 사랑 고백보다 더 격정적이다. 엔딩은 시(詩)에 가깝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1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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