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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 맞선 무라토프 기자
작년 받은 평화상 메달 경매에
경매가 1억 스위스프랑과 같아
낙찰자 미국 밖 거주자 가능성

지난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러시아의 반체제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1) 기자는 올해 3월 "내 나라(러시아)로 인해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어린이에게 메달의 가치를 돌려주고 싶다"며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현지 시각), 그가 내놓은 메달이 1억350만달러(약 1337억원)에 낙찰돼 그의 바람이 이뤄지게 됐다.

무라토프 기자의 메달 낙찰가는 과거 노벨상 메달 경매 최고가인 476만달러(약 61억원)의 스무 배가 넘는다. 1962년 DNA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의 메달이 2014년 476만달러에 낙찰됐다. 무라토프는 "이번 경매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런 큰 액수에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노벨상 상금인 50만달러(약 6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 3주간 경매를 진행한 미국 뉴욕 헤리티지 옥션 측은 "20일 오전만 해도 최고 입찰가가 55만달러였지만, 순식간에 1억달러를 넘겼다"며 "경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전달돼 전쟁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매 주최 측은 메달 낙찰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1억350만달러는 1억 스위스프랑과 같다"고 언급하며 낙찰자가 미국 외 지역 거주자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AP는 "이 메달을 녹이면 175g의 금덩어리가 되는데 이는 시가로 1만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새로운 신문)'를 공동 설립하고, 1995년부터 편집장으로 일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 온 인물이다.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와 인권 탄압, 정부와 유착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비리 등을 지속적으로 고발했다. 특히 체첸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대량 학살 사건을 앞장서서 보도했다. 푸틴에게는 더없는 눈엣가시였다. 1999년 푸틴이 총리직에 오르며 권력자가 된 이래 총 6명의 노바야 가제타 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비판을 이어간 무라토프는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폭압에 대항한 마리아 레사 기자와 함께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언론인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1935년 독일의 전쟁 재무장 실태를 고발한 독일 기자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86년 만의 일이었다. 무라토프가 이끄는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 3월 러시아 당국의 경고에 온라인과 인쇄물 등을 통한 뉴스 발행을 중단했다. 러시아에서는 언론 매체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1년 안에 두 차례 경고를 받으면, 법원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무라토프는 당시 성명을 내고 "이는 존경받는 매체를 완전한 폐간에서 구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위해 우리를 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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