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강력 구조조정 주문… 추경호 ＂파티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면서 호화 청사 매각 또는 임대, 고액 연봉자들의 연봉 일부 반납 및 복지 축소,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을 구조조정 방안으로 언급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을 주제로 국무위원들과 토론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인력 육성을 주제로 토론한 데 이어 두 번째 국무위원 토론이었다. 전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철도공사 등 18곳이 '낙제' 평가를 받은 것이 계기였다.

먼저 추경호 장관이 공공기관 방만 경영 문제를 브리핑했다. 현재 공공기관은 350곳, 임직원은 34만명, 예산은 761조원에 이른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이 29곳 증가했고 인력은 11만6000명이 늘었으며 부채는 84조원(2016년 499조원에서 2021년 583조원)이 증가했다. 추 장관은 "공공기관 직원이 대기업보다 8.3% 정도 많은데 차입금에 대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관이 5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났고 공공기관 출자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당기순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심야에 부정 사용하거나 공무 외출을 빙자해 집 근처 독서실에서 승진 시험을 준비하다 적발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최근 적발됐다.

윤 대통령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겠다"면서 공공기관 문제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들이 굉장히 큰 건물에 큰 사무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비상 상황에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하게 넓은 사무 공간을 축소하고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임대로 돌려서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고연봉 임원진은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 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7000만원에 이르는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 등 인건비 문제도 구조조정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 민생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먼저 구조조정을 통해 내핍(耐乏) 경영에 들어가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한 데 이어 국무회의에선 "공공기관이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공공기관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방식을 폐기하겠다는 뜻도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안에서 영업이익률 개선 등 재무지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사회적 기업 지원, 인권 교육 등 사회적 가치 배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비효율이 커졌다는 게 윤석열 정부 판단이다. 기고자 : 최경운 기자
본문자수 : 1695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