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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패트릭, PGA 첫 정상

"이미 도핑 테스트를 했고 음성으로 나왔으니 걱정 마시라. 하하하."

20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매슈 피츠패트릭(28·잉글랜드)에게 '비약적으로 비거리가 증가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미디어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키 177㎝, 몸무게 70㎏으로 PGA투어에선 아담한 편인 그는 마약을 한 것은 아니라는 농을 던지고는 웃었다.

그만큼 놀라운 비거리 변화가 있었다. 2년 전 PGA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93야드의 소총수였던 그는 이번 US오픈에서 평균 309야드의 대포를 날렸다.

코스가 길고 깊은 러프가 특징인 US오픈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근육질의 '헤비급' 챔피언들이 득세했다. 2020년엔 몸무게 20㎏을 불리는 '벌크업 혁명'으로 330야드 장타를 휘두른 브라이슨 디섐보(185㎝, 108㎏)가 골프장을 초토화하며 우승했다. 지난해엔 몸무게를 불릴 필요도 없는 타고난 '천하장사' 욘 람(188㎝, 100㎏)이 무대를 접수했다.

이날 준우승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191㎝, 91㎏)는 "지난 3월 텍사스에서 같이 경기하던 때보다 너무 멀리 쳐서 놀랐다"고 했다. 미들급 체격인 피츠패트릭은 예전의 정확성은 유지한 채 장타를 장착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제3의 길'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피츠패트릭은 이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파70·7207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했다. 피츠패트릭은 공동 2위인 스코티 셰플러, 윌 잴러토리스(이상 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PGA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하며 상금 315만달러(약 40억7000만원)를 거머쥐었다. 그는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는 7승이 있지만, PGA투어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었다.

그는 2013년 같은 코스에서 열렸던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US오픈까지 우승했다. 잭 니클라우스(1961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1972년 US오픈) 이후 처음이다.

그는 9년 전 묵었던 클럽 회원의 집을 빌려 똑같은 침대에서 자며 대회를 치렀다. 3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치고 피츠패트릭은 "이 코스에서 승리한 달콤한 기억이 나를 우승으로 이끌 것 같다"며 확신했는데 믿음이 현실이 됐다. 그는 경기 중반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잴러토리스에게 단독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13번 홀(파4)에서 14m 버디에 성공하며 공동 선두가 됐고, 15번 홀(파4)에서 5.7m 버디를 넣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잴러토리스와 셰플러도 한 타씩 줄이며 끝까지 추격전을 펼쳤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피츠패트릭은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트려 위기를 맞았으나 높은 턱이 있는 벙커에서도 정확한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려 2퍼트로 마무리하며 우승을 지켰다.

그는 2020년 디섐보의 US오픈 우승을 보고 '변화'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몸집은 불리지 않았지만, 생체역학분석가 사쇼 매켄지 박사가 만든 클럽 스피드 증가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스피드 스틱을 갖고 훈련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윙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의 조언을 받아 스윙 흐름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백 스윙을 빠르고 크게 하고 다운 스윙 때 손목이 풀리는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는 동작 등이 포함됐다. 그는 "매일 종교 의식을 치르듯 트레이너와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몸을 가다듬어 클럽 스피드를 늘렸다"고 했다. 그 결과가 2년간 비거리 20야드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한번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 성공할 때까지 노력하는 끈질긴 성격이다. 15세 때부터 자신이 참가한 대회의 모든 샷을 메모해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하며 참고 자료로 쓰고 있다.

그의 캐디 빌리 포스터(잉글랜드)는 1982년부터 세베 바예스테로스, 대런 클라크, 리 웨스트우드, 타이거 우즈 등의 가방을 메고 30승 넘게 경험한 4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2018년부터 피츠패트릭과 함께하고 있다. 한국 선수는 김주형이 23위(3오버파 283타), 이경훈이 공동 37위(7오버파 287타)에 올랐다.

[그래픽] '더 멀리 더 똑바로' 피츠패트릭의 샷 변화 기고자 :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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