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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YK전지배 막판 대혼전
최상위 2명만 챔피언전 진출

승부 세계의 미덕은 의외성에 있다. 예측에서 벗어날 때 관객이 몰려든다. 지난 3월 출범한 신설 기전 YK건기배에 바둑계 시선이 집중된 것도 부동의 1인자 신진서(22)가 전에 없이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10명이 본선 풀리그를 펼쳐 최종 1·2위가 초대 챔프 결정 3번기에 진출한다. 3년 전 쏘팔코사놀 원년 대회 때도 적용한 방식이다. 신진서는 당시 8인 풀리그를 가볍게 1위로 통과한 뒤 결승을 거쳐 초대 챔프에 등극했다. 최근엔 3연패(連覇)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YK배 본선 분위기는 당시와 많이 다르다. 총 9국 중 6국을 두어 4승 2패로 10명 가운데 4위에 처져 있다. 리그 첫판을 이지현(30)에게 내주더니 5월엔 김명훈(25)에게도 패했다. 국내외 7관왕 신진서가 초반에 2패나 기록하고 4위로 처지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누가 신진서에 이어 2위로 챔프 결정전에 오를까 점치던 바둑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물론 변수가 많이 남아있다. 아직은 결승행 카드 2장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확실한 것은 강동윤(6승), 박정환(6승 1패), 김명훈(4승 2패), 신진서(4승 2패) 4명의 각축장으로 좁혀졌다는 것뿐이다. 3패 이상을 기록한 나머지 6명은 결정전 진출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33세의 강동윤이 선두에 나선 것도 이채롭다. 하지만 올해 그의 활약상을 보면 전승 질주가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국제 대회인 LG배 조선일보기왕전 8강에 올라있고, 내달엔 신진서·김명훈전 승자와 용성전 결승이 예약돼 있다. 이번 리그서 이미 박정환(29)과 김명훈을 꺾은 것도 든든하다. 승수가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 3자 동률이 되면 재대국으로 순위를 가린다.

흥미로운 것은 바둑 네티즌들의 전망이다. 대회 후원사가 실시한 순위 예측 이벤트 결과 신진서가 70.0%에 달하는 몰표로 1위를 점령했다. 강동윤은 2위 박정환(15.0%)의 절반 수준인 7.9%로 3위로 밀렸다. 30개월째 국내 랭킹 1·2위인 신·박에 대한 팬들의 절대적 신뢰가 확인된 것. 2843명이 참가한 투표 마감 시점은 6라운드가 끝난 6월 14일이었다.

이쯤 되니 27일로 잡혀있는 신진서 대 강동윤전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동윤이 승리한다면 결정전 진출 턱밑까지 다가서게 된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 남은 3국(신진서 김세동 이지현)을 다 이겨 보겠다."(강동윤) 둘의 상대 전적은 신진서가 8승 3패로 앞서 있다. 강동윤은 2020년 이후 5연패 중이다.

신진서는 강동윤뿐 아니라 박정환과 벌일 리그 최종전(7월 12일)까지 뛰어넘어야 결승행 티켓이 손에 들어온다. 신진서와 박정환은 무려 51판을 겨뤄온 숙적 관계다(신진서가 29대22로 우세). "1패라도 추가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꼭 전승해 결승에 가고 싶다."(신진서) 현재 리그 2·3위인 박정환과 김명훈의 맞대결(7월 4일)도 결정적 한 판으로 꼽힌다.

TV 중계 해설을 맡은 백홍석 9단은 "1분 초읽기 10회의 속기(速棋) 방식이 리그 판도를 흥미롭게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옆에서 지켜봐 온 느낌으론 강동윤의 결승 진출이 매우 유력하고, 신진서 박정환 김명훈이 팽팽한 2위 싸움을 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설 기계 수입 업체인 YK건기가 후원하는 이 대회 우승 상금은 5000만원이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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