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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기대작 5편, 누가 웃게 될까

"손님 여러분, 곧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좌석 벨트를 착용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20일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의 제작 보고회는 비행기 안내 방송과 함께 시작했다. 2분여의 짧은 예고편이 끝나자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박경림은 스튜어디스 복장으로 등장했다. "흥행으로 가는 항공편"이라는 재치 있는 설명과 함께 송강호·이병헌·전도연·임시완 등 출연진을 '비행 크루(승무원)'에 비유했다. 당초 이 영화는 지난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직후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연기 끝에 오는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 중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두 차례 개봉이 연기되면서 훌쩍 2년이 지났는데, 개봉 시점이 다가오니 무척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비행기 테러 사건을 다룬 항공 재난극.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남녀 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전도연의 동시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서 국토부 장관 역으로 출연한 전도연이 "저는 (칸 수상이)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하자 200여 취재진이 몰려든 객석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2년간 동면(冬眠)한 한국 영화들이 올여름 일제히 깨어난다.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을 필두로 '암살'과 '도둑들'의 흥행 감독 최동훈의 '외계+인' 1부(7월 20일),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1761만명)을 세운 '명량'의 후속 편 '한산: 용의 출현'(7월 말) 등이 줄줄이 개봉을 예고하고 있다. 8월에는 '비상선언'에 이어서 이정재의 감독 데뷔 영화 '헌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그래픽〉. "지난 2년간 신작이 없어서 관객이 급감하고 다시 개봉할 엄두를 못 내는 악순환이었다면, 올여름은 한국 영화가 몰려드는 바람에 오히려 개봉일을 잡느라 고민하는 상황"(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이라는 즐거운 비명이 나온다.

당초 여름방학과 휴가가 겹치는 7~8월은 한국 영화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했다. '명량'(2014년)을 비롯해 '베테랑'(2015년·1341만명) '암살'(2015년·1270만명) '도둑들'(2012년·1298만명) 같은 천만 영화가 여름철에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 개봉작은 한국 영화라는 텐트의 기둥(pole)이라는 뜻으로 '텐트 폴'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기둥이 아예 뿌리째 흔들리고 쓰러지다시피 했다.

올해 상황 반전의 이유가 있다. 우선 팬데믹(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올해 한국 영화계에는 두 가지 호재(好材)가 겹쳤다. 지난달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감독상(박찬욱) 동시 수상에 이어서 '범죄도시2'가 코로나 이후 최고 흥행 기록(1146만명)을 세웠다.

하지만 개봉작이 물밀듯 쏟아지는 상황이 무작정 달갑지만은 않다. 신작들 사이에서 자칫 흥행의 병목이나 체증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우 송강호가 칸 영화제 수상작인 '브로커'에 이어서 8월에는 '비상선언'으로 다시 나오고,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 이어서 '한산: 용의 출현'에서도 주인공 이순신 역을 맡는다. 코로나에 따른 개봉 연기가 결과적으로 빚어낸 '겹치기 출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올여름 개봉작들의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낙관과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비관이 조심스럽게 엇갈린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최근 '범죄도시2'와 '탑건: 매버릭'까지 회복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전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여름 영화 가운데 '천만 영화'가 또다시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연 올여름 개봉작 가운데 누가 웃게 될까.

[그래픽] 올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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