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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법원 화해권고 받아들여 과다지급된 원금 5억만 받기로

윤석열 정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인 이창복씨에게 과다하게 지급한 국가배상금에 대해 이씨에게 원금 5억원만 돌려받고 이자 10억원은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과 법무부는 '15억원을 모두 환수하지 않으면 배임 소지가 있다'면서 '전액 환수'를 고수했는데 현 정부는 이자 10억원을 '탕감'하기로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창복씨가 '빚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인혁당 사건으로 1974년부터 8년간 옥살이를 한 이씨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이씨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판결에 따라 2009년 배상금과 이자를 합쳐 약 10억9000만원을 가지급받았다. 그런데 2011년 대법원은 이자 계산이 잘못돼 배상금이 과다하게 지급됐다며 이씨가 5억원을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정부는 이씨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2015년 6월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이씨는 기부 등으로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써버린 상태였다. 그가 돈을 갚지 못하는 동안 매년 20%씩 이자가 붙으면서, 원금은 5억원인데 이자가 9억6000만원이나 돼버렸다.

정부는 이씨가 배상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며 2017년 3월 이씨 소유 자택을 경매에 넘기는 등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자 이씨는 2019년 5월 정부의 강제집행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남성민)는 지난 4월 12일 원금 5억원만 분할 상환시키고 이자는 면제해주자는 화해 권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무산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020년 8월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 과다 지급분을 환수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지난달 4일 화해 권고안을 다시 정부에 제시했다. 법무부는 이번에도 한동훈 장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이의신청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시 마감일이 임박해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없어 일단 이의신청만 해놓았던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20일 한 장관 지시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이씨의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결정했다. 한 장관은 "국가배상으로 받을 돈은 6억원인데 토해 내야 할 돈은 15억원이 돼 방치하면 해당 국민이 억울해지게 됐고, 이에 국정원과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진영 논리나 정치 논리가 설 자리가 없게 하겠다"고 했다. 기고자 :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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