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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 女골프 한국여자오픈 우승… 19언더 최저타 신기록

임희정(22)이 두 달 전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쳐 이 대회 72홀 최저타 기록을 새로 썼다.

임희정은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669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를 6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한 시즌 세 번째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 박민지(24)가 같은 챔피언조에서 공격적 플레이를 펼치며 추격했다. 그러나 임희정은 표정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넉넉한 타수 차를 유지했다.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인 임희정은 2018년 오지현(26)과 지난해 박민지가 세운 이 대회 72홀 최저타 기록(17언더파 271타)을 깨고 투어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10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해 상금 3억원을 받았다. 임희정은 '예쁜 사막여우 임희정 프로 팬카페' 플래카드를 든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경기했다. 팬들은 임희정을 닮았다는 사막여우 얼굴을 하늘색 모자에 새겨 맞춰 쓰고 나왔다.

임희정은 "6타 차로 여유롭게 시작했지만 박민지 선수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서 긴장했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17번홀(파3) 더블보기, 18번홀(파4) 보기로 결국 3위(12언더파)에 머물렀다. 이날 4타 줄인 신인 권서연(21)이 2위(13언더파)에 올랐다.

2019년 데뷔 시즌에 3승, 작년 1승을 거둔 임희정은 올 시즌을 힘겹게 출발했다. 지난 4월 프로암 경기에 참가하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고, 이후 후유증에 시달렸다. 타고 있던 차는 폐차했고, 몸에는 타박상 정도만 있었으나 사고 이후 근육이 쉽게 굳어 힘들었다고 한다. 4월 KLPGA 챔피언십은 기권,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컷 탈락했다. 그다음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위에 오르면서 감각을 되찾아갔다.

임희정은 "미국에서 동계 훈련하며 시즌 준비를 열심히 해서 감이 좋았는데, 사고 이후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임희정은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이면 매번 병원을 찾았고, 연습 전 몸 푸는 시간을 크게 늘렸다. "아프다고 언제까지나 쉴 수는 없다"며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샷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픈 상태에서는 어떤 식으로 쳐야 하는지 보려고 계속 대회에 나섰다"고 했다.

임희정은 "사고 이후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미지 트레이닝과 명상이 우승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스윙에 대한 생각을 버렸더니 플레이가 더 좋아졌다"며 "문제점을 찾기보다는 스스로를 믿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우승권에 가면 내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2위와 타수 차 등 다른 생각을 하다가 실수를 했다"며 "오늘은 최종 합계 20언더파를 목표로 경기했다. 어려운 코스에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낸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임희정은 주니어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도, 신인 시절 부상도 이겨냈다. 22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을 땐 마음고생을 하다가 원형 탈모까지 생겼지만, 자신을 철저하게 돌아보며 극복해냈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3승이다. 더 힘내서 2주 연속 우승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기고자 :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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