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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계약한 차가 곧 나올 거란 연락을 받았다. 반도체 시장 수급난으로 차량 공급이 늦어지긴 했지만, 막 기분이 좋아지면서 어딘가로 차를 몰고 가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순간 나는 해안 길을 따라 노란 꽃들이 듬성듬성 피었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맞닿은 곳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작년 9월 친환경 SUV 하이브리드 차량을 계약했다. SUV도 처음이지만 차체 색상을 '미네랄 블루'로 택하는, 나름의 과감한(?) 시도였다. 20대 이래 내가 몰았던 차량은 항상 검정이나 짙은 회색이었다.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 않는 데다 점잖게 보이는 것을 선호하는 무의식이 작용한 탓이었다. 이는 차량을 구입할 때 작동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무의식이자 일종의 불문율이기도 했다. 중고차 시세도 무채색 계열의 차량을 더 높게 쳐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글로벌 화학 기업인 바스프의 코팅 사업부가 올해 1월 '2021 자동차 OEM 코팅용 바스프 컬러 리포트'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 적용된 색상 중 무채색이 아닌 블루와 레드 등 특정 색의 인기가 상승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전 세계가 최근 여러 위기와 도전을 겪은 영향을 꼽았다.

나 역시 '블루' 색상 차량을 선택한 이유가 심리적 활력을 되찾고자 함이었다. 장기간의 팬데믹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 그리고 악화 일로를 걷는 경제 상황은 우울하기만 했다. '푸른색 SUV'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겠다는 환유이자 긍정의 힘을 갖고자 하는 나름의 선택이었다.

푸른색 SUV를 만날 날이 다가와서인지, 요즘 운전을 하고 거리를 다닐 때면 블루 색상 계열의 차량만 보인다. 그리고 푸른색 차량들이 넘쳐나서 푸른 물결이 이어져 도로가 섬처럼 깊은 바다로 둘러싸이는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번 여름에는 푸른 물결로 도로의 열기가 식어 제법 시원할지도 모르겠다. 기고자 : 염선옥 2022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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