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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사서 고교 은사가 밝혀

지난 1월 경기 화성 전투기 추락 사고 때 민간인을 보호하려 비상 탈출을 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고(故)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을 기리기 위한 장학 재단 설립이 추진된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심 소령은 지난 1월 11일 F-5E 전투기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순직했다. 그는 사고 당시 비상 탈출을 할 수 있었지만 인근 아파트, 대학 캠퍼스 등에 전투기가 추락할까 봐 마지막 순간까지 야산 쪽으로 전투기를 향하게 했다.

19일 심 소령의 고교 은사인 대구 능인고 송선용(45) 교사는 "스스로 순직을 선택한 정민이의 의연한 죽음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장학 재단을 만들자는 데 여러 명이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의 한 독지가가 매년 300만원씩 기탁하기로 했고, 재단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출연금이 모이는 대로 장학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정민 장학 재단'(가칭) 설립 계획은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심 소령 추모 시집 발간회 겸 음악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 교사가 "장학 재단을 만들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몇 사람만 참여해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모인 것이다.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했던 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변호사)과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대표도 장학 재단 설립에 앞장서기로 했다. 특히 신 이사장의 아들과 심 소령은 대구 능인고 동기라고 한다. 신 변호사는 "심 소령은 어려서부터 친구들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던 해맑은 청년이었다"며 "마지막까지 국가에 대한 충성, 국민을 위한 희생을 보여준 헌신의 상징을 기리는 데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도 "심 소령이 남긴 위대한 희생정신을 모교인 능인고 후배들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널리 알려서 애국정신을 오래도록 기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장학금 출연 규모나 장학생 선발 기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송 교사는 "나라를 위해 순직한 군인, 경찰, 소방관 자녀들이나 정민이 모교의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심 소령과 고교, 공군사관학교 생활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심 소령과 관련한 기록을 모으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심 소령의 큰누나인 심정희(38)씨는 "정민이의 희생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해주시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유족으로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갖고 있는 자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젊은 군인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날을 선물 받았다"며 "그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날이 매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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