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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위기신호… 자산시장까지 휘청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 신호가 점점 증폭되고 있다. 물가 상승세를 누르려고 주요국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자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스피가 지난주에만 6% 폭락해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주간 낙폭으로는 1월 말 이후 최대다.

◇세계무역 위축으로 교역량 증가세 꺾여

세계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전문가들은 무역이 정체되는 추세를 꼽는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상품교역량(CPB)은 작년 4분기에는 2.8% 증가(전기 대비)했다가 올해 1분기에는 0.8% 증가로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령 등으로 국경을 넘는 상품의 흐름이 위축된 것이다.

공급 부족으로 올 들어 고공 행진을 이어온 국제 유가가 지난주 돌연 9% 하락(서부텍사스산 원유)한 것도 불길한 신호다. 여전히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해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인 올해 2~4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앞으로 5개 분기 동안 세계교역량을 0.51%포인트 감소시키는 요소라고 밝혔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도 세계 교역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교역 증가율은 명목 기준으로 2021년 연간 29.9%에서 올해 1~5월 10.3%로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2분기 중국 성장률이 0.2~0.5%에 그칠 것으로 본다.

◇빠르게 꺼지는 자산 시장 거품들

자산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때마다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준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 시각) 연준 내부 자료를 입수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려면 올해 안에 금리를 연 4~7%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연준 내부에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지난 15일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올 연말 금리가 3.25~3.5% 수준이 될 것으로 제시했지만, 그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비가 줄고, 소비 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심리지수는 5월 58.4에서 6월 50.2로 급락해 역대 최저치인 1980년 5월(51.7)보다도 낮아졌다. 미국의 5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인들이 여행·외식을 줄이고 이발도 미루며 일상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줄이는 추세"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는 것은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요인이 된다.

미국 주택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78%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침체가 시작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둘째 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값은 0.31% 내렸다. 작년 같은 기간엔 7.13%가 올랐었다. 작년 12월 1509가구까지 줄었던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올해 4월 기준 2970가구로 97% 증가했다. 서울시가 집계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668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1924건)의 3분의 1도 안 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최근 정상적인 이사 수요까지 막힐 정도로 거래가 끊겼다"며 "금리가 더 오르면 부동산 경기 침체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침체는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

글로벌 경기 위축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산업 분야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가 꼽힌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주에만 6.3% 급락했다. 올 들어 주간 단위로는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5만전자(주가 5만원대의 삼성전자)'가 된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이나 소비자의 투자·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의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래픽] 급락한 국제유가 / 역대 최저 수준 美 소비심리지수

[그래픽] 줄어드는 세계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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