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인플레 잡으려 금리 올리면서 소비·경기 위축 우려

17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6%나 폭락해 11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주 9.2% 급락하며 7주 연속 이어져온 상승세를 마감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4.7% 하락한 113.61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4주간의 상승세가 무너지며 지난주 7.3% 하락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 등이 가중시킨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45% 정도 급등했는데 지난주 나란히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지난 15일 연준이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고물가 자체가 공포 요인이었던 것과 달리 올 하반기부터는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경기 침체(recession)에 들어갈 수 있다는 'R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본격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세계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소비 위축 등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마켓워치에 "향후 수개월간 수요 타격에 의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도 내년 말까지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민간 경제 조사 기관 콘퍼런스보드가 세계 주요 기업 CEO와 최고위 임원 750명을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 60%가 주력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서 12~18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말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만 경기 침체 위험을 예상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수축돼 올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착륙(10분기 동안 계속 플러스 성장) 확률이 10%에 그치고 경착륙(10분기 중 적어도 한 분기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1% 이하) 확률이 80%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기사 A3면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본문자수 : 114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