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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스, NBA 챔프전서 셀틱스 꺾고 4년만에 우승

경기 종료 10초 전, NBA(미 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34)가 우승이 사실상 확정되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허공을 바라봤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팔로 눈물을 닦아냈다. 지난 세 번의 우승 때는 환하게 웃었던 커리였는데, 이번엔 우승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17일 보스턴 셀틱스와의 NBA 파이널(7전 4승제) 6차전 원정 경기에서 103대90으로 승리하면서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리즈를 4승 2패로 마무리했다. 커리는 3점슛 6개를 포함해 34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전방위로 맹위를 떨치면서 만장일치로 파이널 MVP(최우수선수) 영예를 맛봤다. 셀틱스는 제일런 브라운이 34점을 넣었지만, 주포 제이슨 테이텀이 13점에 묶이면서 왕좌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중요할 때 약하다는 평가

코트 어디에서나 3점슛을 쏘아 올리는 커리는 NBA를 대표하는 수퍼스타다. 하지만 커리에게는 늘 '큰 경기에서는 부진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플레이오프에선 몸싸움이 더욱 거칠어지고, 상대 수비가 더욱 달라붙기 때문에 외곽슛으로 승부하는 커리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커리는 이번 챔피언전에 앞서 세 차례 우승했을 때 늘 동료의 활약 덕분에 우승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2014-2015시즌 첫 우승 때 부진하며 팀 동료 안드레 이궈달라에게 파이널 MVP를 내줬다. 다음 시즌엔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3승4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2연속 우승을 차지한 2016-2017, 2017-2018시즌엔 새로 합류한 케빈 듀랜트에게 주요 공격수 자리를 내주고 2인자 역할에 충실했다. 2018-2019시즌 파이널에선 듀랜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토론토 랩터스에 왕좌를 내줬다. 커리는 늘 "파이널 MVP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파이널 MVP가 그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은 모두 부인하지 못했다. 2019-2020시즌은 손바닥을 다치며 5경기만을 뛰었다. 지난 시즌엔 득점왕(한 경기 평균 32점)을 차지했으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34세에 '새가슴' 평가 뒤집다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함께 3점슛을 폭격하던 팀 동료 클레이 톰프슨은 무릎 부상 여파로 예전 같지 않았고, '수비왕' 드레이먼드 그린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느려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34세로 노장 반열에 들어선 커리가 시즌 내내 홀로 공격을 이끌다시피 하면서 팀을 서부 콘퍼런스 3위(53승29패)까지 올려놨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했고, 파이널에서도 득점 폭격을 이어갔다. 파이널 4차전이 대표적이었다. 팀 동료 전부가 부진하던 가운데 커리가 두세 겹으로 달라붙는 상대 수비를 전부 제치고 점수를 쏟아부으며 43점(3점슛 7개)으로 107대97 승리를 가져왔다. 워리어스는 2승2패로 승부 균형을 맞추면서 사실상 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 현지에선 만약 워리어스가 준우승에 그쳐도 파이널 MVP는 커리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커리는 결국 이번 파이널 6경기 평균 31.2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했고, 팀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를 본인 경력에 새겨넣었다. '강심장'이라는 칭호도 함께 얻어낸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커리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부침을 겪을 때, 모두들 우리가 여기 다시 올 수 없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서로를 믿었고, 결국 해냈다"고 했다.

[그래픽] '워리어스왕조' 일인자가 된 스테폰 커리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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