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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박유미 옮김｜장수철 감수｜더숲｜248쪽｜1만6000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생태학을 전공한 일본 시즈오카대 교수는 생각이 다르다. "생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결국 진화를 이룬 자는 쫓겨나 박해받은 약자들이었다"고 한다.

물고기의 조상은 패자(敗者)였다. 5억년 전 바다는 크기 2m 바다전갈 같은 절지동물이 지배했다. 살아남기 위한 약자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겉을 단단하게 할 것인가, 민첩해질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민첩해지기를 선택한 동물이 있었다. 척추동물로 진화한 이들은 몸을 비틀어 헤엄치며 36계 줄행랑으로 살아남았다. 이것이 물고기, 그리고 인류(같은 척추동물이라는 점에서)의 조상이다. 저자는 38억년에 걸친 진화의 순간마다 패자가 승자가 돼 번성하는 사례를 살핀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 것은 '권토중래'를 노린 패배자였다. 우리는 그런 씩씩한 패자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일본 드라마 제목이 생각난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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