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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은 저출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지난 연말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시고, 두 달 전 떠나가셨다. 암에 대해서 요즘처럼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에는 만성 암과 비슷하다. 80년대 초반에 이미 합계 출산율 2 이하로 내려갔다. 40년간 우리는 그 상태로 살았고, 최근에는 0.8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여러 가지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단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진부하고 심지어는 '올드'한 문제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알아, 나도 그게 문제인 걸! 누군가 저출산에 대해서 얘기하면, 서로 짜증부터 낸다. 답도 없는 얘기를 뭐 하게 해!

서양사학자 주경철에서 인구학자 조경태와 과학자 장대익에 이르기까지, 일곱 명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저출산에 대한 글을 쓰고 대담한 내용이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김영사)에 담겨 있다. 주경철이 소련의 몰락을 예측한 에마뉘엘 토드라는 프랑스 사회학자 얘기를 할 때, 책을 보면서 뭔가 배운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기대 수명이 떨어지고, 유아 사망률은 높아지고, 자살률과 범죄율 등등이 높아지고, 경제 수치들이 계속 악화되는 등의 정황을 보건대, 소련 사회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붕괴 단계로 들어섰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확하게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출산이 만들어낼 문제가 한국에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을 여기에서 찾아낼 수 있다.

사회학자 조경태가 밀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신선했다. "심리적인 밀도는 물리적인 밀도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 제도와 문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밀도가 너무 높은데, 수도권 집중으로 줄어드는 청년들의 밀도는 전혀 낮아지지 않는다. 밀도를 높여서 경쟁률을 관리하는 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최근에 생각하던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봤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딱 이렇다. 해법은 경제적 긴장 해소, 동거 권장 등 결혼 비용 완화 그리고 이민 셋 중 하나다. 저출산이 문제임은 알겠는데,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암과 같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이민청을 신설하겠다는 뉴스가 딱 눈에 들어온다. 기고자 : 우석훈 경제학자·성결대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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