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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배달 일로 겨우 생계
＂매일 인력사무소 줄서다가
다시 무대 서니 진짜 행복＂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평일인데도 거리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한 뮤지컬 공연장에선 공연 음악 CD를 사러 온 사람들이 건물 1층 입구부터 판매점이 있는 4층까지 150여 명 정도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이날 스물네 살 딸과 함께 대학로로 공연을 보러 온 원정복(52)씨는 "코로나 전에 인상 깊게 봤던 공연을 2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직격탄을 맞았던 대학로 극장 거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학로에 있는 '북극곰 소극장'은 지난 5일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객석이 꽉 찼다. 이 극장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 온 6명의 배우들이 2019년 함께 만들었는데, 이듬해 코로나가 덮친 뒤 수입이 아예 끊겨 극장 측이 진 빚이 1억원이 넘게 됐다. 그간 무대에서 동고동락해온 배우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등 무대를 떠났다.

당시 혼자 남았던 연출 김영현(41)씨는 "단원 중 한 명이 그만두면서 '어려운 시기에 미안하다'며 알바로 번 돈 100만원을 분장실에 숨겨놓고 나갔는데 그걸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극단 '창작집단 본'도 1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쪽 극장에서 2년 만에 새 연극 '다섯, 셋'의 첫 무대를 올렸다. '다섯, 셋'의 연출을 맡은 김소윤(30)씨는 2년 만에 공연을 하던 날 빈 무대를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한다. 김씨는 "공연이 끝난 뒤 박수 소리를 듣자 울음을 참기 힘들어 커튼 뒤에서 혼자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만난 배우들은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했다. 지난 1월부터 '신바람 난 삼대'라는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 임재성(32)는 코로나 동안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시급 1만원을 받으며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일했다. "무대에 서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진짜 행복하다"는 임씨는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하면서 끈을 놓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기고자 :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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