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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법안은 방치… 원구성 않고 공전만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협상에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18일이면 20일째가 된다. 여야는 17일 일제히 현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정치권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원 구성 협상 진전은 없었다. 말로만 경제 위기를 외칠 뿐 정작 위기를 극복할 입법 현안은 방치하고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물가가 지난해 대비 5월에 5.4% 올랐고 수입 물가는 36%나 폭등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이어서 참 잡기가 어렵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소한 1년은 가거나 1년 반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물가가 치솟고 경기 침체 우려마저 제기되는 절체절명 상황"이라며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국민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전례 없는 고공행진을 하고 주가는 2500선마저 무너져버렸다"며 "장 보는 것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장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들의 삶이 정말 팍팍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발언과는 별개로 일을 하기 위한 원 구성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여야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하면 국회 공전은 금방 끝난다"고 했다. 작년 7월 여야 원내 지도부 협상에서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 몫으로 한 약속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는데 그것도 취소하라고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다"며 "결국 국회 개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上院)의 역할을 계속하는 한 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원 구성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을 달라'고만 하고 제대로 된 협상안도 가져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사위가 하는 상원 역할을 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이라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내에서도 법사위를 그대로 내주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 정책을 이끌어야 할 사령탑인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역시 청문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법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일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30건이다. 이 중에는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차 3법, 유류세 감면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정부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하고 총파업을 마무리했다. 연장 기간, 제도 확대 등 세부 사항은 국회 입법 사안이다. 유류세의 경우 정부·여당은 일단 시행령을 통해 법정 최대 한도까지 인하 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을 바꾸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국회가 공전하는 와중에 여야 의원들은 대거 해외 출장에 나섰다. 국회에 따르면, 6·7월 중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계획 중인 의원은 50여 명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외유성 출장을 나가는 걸 국민이 어떻게 보겠냐"고 했다. 기고자 : 양승식 기자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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