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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크슛서 3점슛까지 쏙쏙… 대학 코트는 좁다

요즘 국내 농구계는 한 대학 신입생의 활약을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올해 초 용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고려대 주전 스몰포워드 자리를 꿰찬 여준석(20)이다.

여준석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국내 선수로는 이례적인 재능을 지녔다. 큰 키인데도 속도는 가드처럼 빠르고, 점프는 NBA(미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여준석의 공식 제자리 점프 기록은 83.7㎝. 2022 NBA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한 선수 중 셋째로 높게 뛴 제일런 윌리엄스(85.0㎝)와 비등하다.

윙스팬(두 팔을 옆으로 벌렸을 때 길이)도 207㎝. 폭발적인 탄력을 앞세워 고난도 덩크슛을 손쉽게 터뜨리고, 상대의 골밑 공격도 그의 두 팔에선 속수무책이다. 농구 지능이 뛰어나 패스워크도 좋고, 3점슛도 능하다. 농구인들은 여준석을 두고 "몇십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학 코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대학 코트 무대가 그의 잠재력을 꽃피우기엔 너무 좁다는 얘기다.

◇슬슬 해도 막지 못한다

여준석은 2019년 호주 NBA 글로벌 캠프에서 1년 동안 '농구 유학' 생활을 하면서 당시 MVP(최우수 선수)를 받았다. 미국 대학 진출까지 염두에 뒀으나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2020년 용산고로 돌아왔다. 2021년 U-19(19세 이하) 농구 월드컵에서는 경기당 25.6점 10.6리바운드 2.1스틸로 활약하며 한국인으로서는 사상 첫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국제농구연맹은 "평균 20점 이상을 넣은 건 여준석뿐"이라며 "성공이 확실한 유망주"라고 평가했다. 미국 ESPN의 NBA 신인 전문기자 조너선 기보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역동적인 슈터 중 한 명이다. 향후 수년간 NBA 스카우터들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대학 무대에 선 여준석은 신입생이면서도 경기를 지배하면서 고려대를 정규 리그 단독 1위로 이끌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라이벌 연세대와의 경기에선 22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82대71 승리를 이끌었다. 고려대가 14경기를 치르면서 당한 유일한 패배는 여준석이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뛰지 못할 때 중앙대를 상대로 당한 것이었다. 여준석은 올 대학농구 리그 9경기를 치르면서 경기 평균 23.6분만을 뛰고도 22.6점을 넣어 득점 리그 2위를 달린다.

여준석은 올해 대학 리그에서 골밑에서 여러 번 피벗(한 발을 중심축으로 하고 다른 발로 방향을 바꾸는 것)한 뒤 슛, 두세번 드리블 친 다음 중거리 슛, 수비를 아예 무시하고 던지는 높은 타점의 3점슛, 이 세 가지만으로 점수를 뽑았다. 세 기술 모두 작고 느린 상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들이다.

◇"해외 무대 도전하는게 바람직"

전문가들은 그가 대학 농구에서 뛰는 시간이 길수록 성장은 그만큼 느려질 것이라고 말한다. 추승균 SPOTV 해설위원은 "국내 대학 무대에선 여준석이 단순하게 뛰어도 막을 상대가 없어 다른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준석을 보면 외곽 수비가 상대적으로 아쉬운데, 그런 수비 능력을 키우려면 본인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이 많은 유럽 무대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도 "지금부터 NBA G리그(2부)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NBA 진출을 노리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여준석이 호주에 있을 땐 만 20세 미만이라 G리그 연령 제한에 걸렸지만, 지금은 바로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다. 손 위원은 "만약 여준석이 2020년 미국 대학에 갔다면 학업 때문에 농구에 집중하기 어려워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프로에 가면 실력으로만 기량을 겨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준석의 재능에 비춰봤을 때 지금 시간이 너무 아깝다. KBL(한국농구연맹)에 진출하는 선택도 맨 마지막으로 미뤘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여준석을 가르치고 있는 고려대 주희정 감독은 "옆에서 지켜봤을 때 실제로 준석이는 대학 리그에서 뛸 때보다 대표팀에서 선배들과 함께할 때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대학 리그에서 출전 시간을 22분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적수가 없어 긴장하지 않고 뛰다 집중력이 떨어져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준석이가 해외로 진출한다고 결정하면 농구 선배로서, 감독으로서 전폭적으로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준석은 많은 해외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고, 본인도 매일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픽] 대학농구 '유아독존' 여준석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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