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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 '약속'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장난감 정리에 대해 가르칠 때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네가 정리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될 것을,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은 네가 정리하자. 약속!"이라고 해요.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소리 지르지 않고 말해도 엄마가 들을 수 있어. 다음에는 소리 지르지 말고 좀 작게 말해보자"라고 말하면 될 것을, "다음에는 소리 지르지 않기로 약속하자!"라고 하지요.

그리고 아이가 정리를 안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약속'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작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가르칠 수가 없어요. 왜냐면 부모가 약속이라는 단어에 갇혀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해요. 아이는 대부분 한 번에 다 배우지 않습니다. 아이가 상황을 이해했다고 해도 그것을 한 번에 적용하지는 못합니다. 부모는 아주 여러 번 가르쳐야 해요. 그런데 약속이라는 말이 붙으면 부모는 아이의 실수를 수용해 주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수용해주면 아이가 약속을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지요.

아이 또한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워가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하게 무언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요. 한 번만 실수해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에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때는 그 과정을 여러 번 경험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시행착오는 당연히 인정해 줘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편안하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어요. 다양한 육아 상황에서 모든 것을 약속하는 식으로 만들면 아이를 지도하는 것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육아 상황에서 약속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붙이지 마세요. 아이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 마음도 너무 불편해집니다. 기고자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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