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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프루' 오늘 한국 초연…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 인터뷰

프랑스 아비뇽 축제 차기 예술감독인 티아구 호드리게스(45·포르투갈)의 대표작 '소프루(Sopro)'가 17~1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그는 세계 공연예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거장이다. 연극 '소프루'의 주인공은 프롬프터(prompter). 배우가 대사나 동작을 잊어버렸을 때 일러주는 사람이다.

"프롬프터는 연극이 멈추지 않고 숨을 쉬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SNS)로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나'를 드러내는 시대 아닌가. 그래서 프롬프터에 더 끌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이 연극은 관객에게 노출되지 않던 프롬프터를 무대 전면에 세운다.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호드리게스는 "자신을 숨긴 채 오직 타인에게 봉사하며 행복과 의미를 찾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제목 '소프루'는 포르투갈어로 '숨' '호흡'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프롬프터는 수십년 전에 사라졌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그렇다. 포르투갈에도 두 명만 남았을 정도로 멸종 위기에 놓인 직업이다. 연극에 등장하는 크리스티나 비달은 40년 넘게 리스본 국립극장에서 일해온 현역 프롬프터다."

―모든 연극에는 씨앗이 있다. '소프루'는 어디서 출발했나.

"10여 년 전 리스본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배우들을 돕고 있던 크리스티나를 보고 매료됐다. 프롬프터의 일은 심플하면서 아름답고 섬세했다. 그날 '당신을 주인공으로 희곡을 써 연출하고 싶다' 고백했는데 퇴짜를 맞았다. 2015년 내가 그 극장 예술감독이 돼 다시 제안했다. 수줍음 많은 그녀를 설득하느라 2년 가까이 걸렸다. 커피를 수십 잔 마셨다(웃음)."

―무대 위의 크리스티나도 프롬프터의 도움을 받나?

"하하. 그녀는 배우가 아니라 낯선 임무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프롬프터로 일하는 모습을 관객이 지켜볼 뿐이다. 그녀의 속삭임이 객석에 들리지도 않는다."

―관객에게 바라는 것이라면.

"호흡처럼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잊혀 가는 존재와 오랜 문화유산을 기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정 시대가 예술을 금지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술은 살아남았다. '소프루'에는 몰리에르, 안톤 체호프 등의 고전이 등장한다. 연극은 망각에 저항하는 것, 기억을 위한 그릇이다."

―2017년 아비뇽 축제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 연극을 공연했다.

"포르투갈어 연극이고 사라진 직업에 대한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어디를 가나 관객이 공감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처럼, 가장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

―사람들이 영상 매체를 더 많이 소비하면서 '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연극은 지난 몇 세기 동안 계속 위기 상태였다. 시장경제는 우리에게 '혼자서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이제 물리적으로 함께한 공간에 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활용할 기회다. 극장은 단지 예술을 경험하는 장소가 아니다. 다른 계층의 사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와 함께 최고의 공연예술제인 아비뇽 축제 예술감독으로 뽑혔다.

"오는 9월부터 그 일을 시작한다. 오래된 박물관 안에 있는 연구실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역사와 기억, 혁신과 상상을 섞을 것이다. 아비뇽에서 보자."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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