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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연장 반대 등 업계 요구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반영 안해
물류비용 가중, 파업 손실 떠안아

14일 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곧바로 시멘트 배송이 시작됐고, 전국의 레미콘 업체들은 15일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레미콘 공급이 재개되면서 '셧다운' 위기에서 벗어난 건설 현장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안전운임제 연장·확대를 추진하기로 한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내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말 종료하기로 한 안전운임제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되면 물류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 업계는 '파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레미콘 운송 기사와 골조 공사를 맡는 협력 업체들은 운송비와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7월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시멘트 업계 "정부가 노조에 굴복"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타결과 관련, "일주일 동안 업계의 손실이 1000억원대에 달한 상황에서 파업이 끝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 공표한 공식 입장과 달리 업계 내부에서는 "시멘트 업체들의 위기는 안중에 없는 정부가 노조의 생떼에 굴복한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안전운임제 연장을 반대한다'는 시멘트 업계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없는 것도 불만이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일주일 동안 물량 출하를 못 해 200억원 넘는 손실을 봤는데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없다"며 "나중에 화물연대가 또 파업하면 그때도 노조 요구는 다 들어주고, 기업은 앉아서 손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안전운임제 연장 기간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안전운임제 성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 성과를 들여다보면 화물 차량의 과로·과속·과적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그저 운전기사의 수입만 늘려준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기사·골조 업체 파업 예고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셧다운 위기까지 몰렸던 일선 건설 현장은 이날 오전부터 공사를 재개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레미콘 타설을 못 해 철근만 세워져 있던 구조물의 안전 점검을 다시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천의 한 현장소장은 "앞차가 굼뜨면 도로 전체가 막히는 것처럼 한번 멈췄던 공사 현장은 제 속도를 찾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가 더 우려하는 것은 다음 달 또다시 레미콘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미콘 차량 운송 기사들의 모임인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는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7월 1일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간다고 예고한 상태다.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사들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하도급 대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하도급 대금 증액 요청에 비협조적인 현장을 골라 7월 11일부터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13일 각 건설사에 발송했다. 셧다운 대상에는 총 83개 시공사의 406개 현장이 포함될 전망이다.

올해 초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골치를 앓던 건설사들은 줄파업 여파로 공기(工期)가 늘어지면서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한 건설사가 많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1분기 실적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원자재 가격 인상이 모두 반영되지도 않았다"며 "금리 상승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까지 더해져 하반기엔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기고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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