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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두 가지 길이 있어. 아웃사이더(외부자)가 되거나, 인사이더(내부자)가 되거나. 인사이더가 되려면 권력 핵심을 화나게 해선 절대 안 돼. 그러면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들어줄 거야. 아웃사이더는 옳다고 여기는 어떤 말이든 하고 다녀도 돼. 아무도 안 들어주겠지만."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동료 교수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처음 공직에 나설 때 했다는 조언이다. 이 말이 10여 년 만에 미 정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워런은 철저한 민주당 '인싸(인사이더)'가 된 반면, 서머스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 실패를 저격하며 '아싸(아웃사이더)'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서머스는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 오바마 정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민주당의 경제 거물이다. 그런 서머스가 트럼프 정권의 수명을 4년 만에 끊은 데 환호하며 각종 진보 의제를 추진하던 민주당을 향해 "틀렸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서머스는 2020년 바이든 대선 캠프 고문으로 참여할 당시,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중단 공약을 "지나친 화석연료 규제가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이 "반(反)환경주의 악마"라고 분노하자 그는 캠프를 나왔다. 바이든 정부가 집권 직후인 2021년 2월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며 2000조원 규모의 부양안 '미국 구조 계획'을 내놓자 서머스는 "이런 2차 대전급 돈 풀기는 막대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신문 기고를 했다. 미 물가상승률이 2%가 안 됐을 때다.

민주당과 백악관에선 "호시절에 누릴 것 다 누린 기득권층" "아직도 재무장관인 줄 안다"는 험한 말이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주 300달러씩 실업지원금과 20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작년 가을까지 뿌렸다. 시중에선 구인난에 물가까지 치솟는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경제 수장들은 "경기 회복 과정의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연방준비제도도 정부 눈치를 보며 돈줄 조이기를 주저했다. 서머스는 "연준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기 전 펀치볼을 치우는 것인데, 사람들이 취해 흐느적거리도록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결과는 어떤가. 미국은 41년 만의 최악 물가상승률 쇼크에, 연준이 뒤늦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며 서머스의 말이 다 들어맞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금 대규모 재정 집행을 보류하고 대중 관세 철폐를 검토 중이다. "11월 중간선거 전 재무장관을 서머스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권 초기일수록 내부자가 쓴소리를 하기 어렵다. 비슷한 출신끼리 집단 사고에 빠져있으면 권력 측근 문제나 정책적 오류 등 역린을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각국 경제 상황은 충성스러운 인사이더를 끝까지 지켜줄 만큼 사이클이 길지 않다. 서머스처럼 왕따당할 각오가 된 '아싸'가 우리에게도 있나. 기고자 : 정시행 뉴욕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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