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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만 20년 번역한 달시 파켓

영화 '브로커' '헤어질 결심' '기생충'은 모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다. 남우주연상, 감독상, 황금종려상을 각각 받았다. CJ ENM이 투자·배급했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달시 파켓(51). 세 영화가 해외로 나갈 때 이 남자가 영어로 번역했다. 세계화에 날개를 달아준 '1인치의 자막' 예술가인 셈이다.

달시 파켓은 2003년 '살인의 추억'부터 최근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까지 약 200편을 영어로 옮겼다. 한국 영화 번역만 20년이다. 1997년 고려대 강사로 영어 가르치러 왔다가 눌러앉았다. 콩국수와 보쌈도 즐긴다. 국내에 하나뿐인 독립영화상(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인 그를 만나 서울에 살면서 목격한 한국 영화에 대해 물었다.

―인생의 절반은 미국, 절반은 한국에서 살았다.

"대학원(슬라브어 전공)에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한국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체코에서 살 생각을 하다가 서울에 왔다. '서편제'가 마음에 불을 질렀다. 여러 번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 영화를 어떻게 이해했나?

"'서편제'를 만들던 한국은 지금의 한국과는 달랐다. 전통문화를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하는지, 세상이 변하더라도 간직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말 서울에 들어와 '코리안필름'이라는 웹사이트에 한국 영화 리뷰를 영어로 올렸는데.

"순전히 취미였다. 그때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 영화를 잘 몰랐다. 지금 할리우드 시각으로 보면 한국 영화는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개성이 강하다. (봉준호 감독은 왜 훌륭한지 묻자) 무엇보다 새롭다. 영화가 가진 톤이 짧은 시간에 왔다 갔다 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감독이 드물다. 삶의 혼돈을 미학적으로 예쁘게 뽑아낸다."

―한국 영화를 번역한 지 20년이다.

"한국인 아내와 함께 하다가 2014년 '국제시장'부터 혼자 일했다. '암살' '택시운전사' '승리호' 등 1년에 15~20편을 한다. 칸 영화제는 마감 시한이 있어 1~2월에 엄청 바빴다. 드라마 '파친코'는 번역 컨설턴트도 맡았다. 일감이 해마다 늘어 한국 영화의 비상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독립 영화를 번역하는 게 더 즐겁다. 말 많은 상업 영화와 달리 여백이 많기 때문이다. 표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웃음)."

―칸에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호평을 받았다.

"둘은 성격이 다른 영화다. '헤어질 결심'은 말장난이 많았고 탕웨이 대사는 90%가 한국어였다. 서툴다는 느낌을 살려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다. 노력해서 영어로 재미있는 표현이 나오면 매우 기분이 좋다. 내가 한국 영화 제작자라면 스릴러보다는 코미디를 더 만들 거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 영화는 산업화됐지만 감독의 자유는 축소된 게 안타깝다."

―번역가의 기쁨과 슬픔은?

"막다른 길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번역하진 않았지만 영화 '황산벌'의 거시기는 어떻게 옮겨야 하나? 해결되지 않을 때 괴롭다. 내가 한 번역이 국내외에서 좋은 평을 받을 땐 보람을 느낀다. 나는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한국 영화를 주목한다."

―살아보니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영어를 가르칠 때도 느꼈지만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장점이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단점이기도 하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은 몰라보게 발전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경쟁도 심해 늘 달려야 하고 남과 비교하며 눈치도 봐야 하니까. 한국의 다음 숙제는 경제적 풍요가 아니다. 좀 더 행복해져야 한다."

[표] 달시 파켓이 번역한 한국 영화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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