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제2부속실 폐지할것＂ 대통령실, 공약 고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사진> 여사가 공개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 때까지 대통령 부인을 보좌했던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실을 축소해 효율적 조직을 만들고, 대통령 부인 활동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 여사가 지난 1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때 누가 김 여사를 수행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면서 제2부속실 설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인사 중 3명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했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고, 야권에서는 "사적 인연이 있는 인물이 공적 행사에 동행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15일 김 여사와 동행한 코바나컨텐츠 출신 3명 중 2명은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밝혔다. 사적 인물이 아니라 대통령실 직원 자격으로 김 여사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들도 가까이 두고 오래 일했던 편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했다.

대선 전부터 보좌했던 사람들을 대통령 부인 보좌 인력으로 채용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과거에도 대통령이나 영부인을 취임 전부터 보좌했던 사람들이 부속실이나 관저 직원, 대통령 전용차 운전기사로 채용된 경우가 많았다.

김 여사 경우도 그런 차원에서 대선 전부터 코바나컨텐츠에서 자기를 도왔던 전직 직원 일부를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정식 채용 절차 없이 김 여사의 공적 행사를 수행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이런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무속인 논란을 제기하거나 사적 인연으로 공무원이 됐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아예 김 여사를 보좌할 공적 조직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 조직을 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일부 참모가 제2부속실을 설치하자고 건의했지만 반대 의사가 완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 부인으로서 활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일정 준비나 수행, 공보, 관저 생활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는 부속실 내에 김 여사 활동을 담당하는 몇몇 행정관을 배치해 수요가 있을 경우 지원하는 구조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이날 "영부인 동선이나 활동 내역은 안전과 국가 안보에도 상당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영부인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기왕에 (공개 활동을) 할 것 같으면 부속실을 만들어 당당하게 하시라"고 했고, 이언주 전 의원은 "제2부속실을 부활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안 나온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라디오에서 "영부인은 존재 자체가 개인이 아니다"라며 "제2부속실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 여사가 대선 때 약속한 대로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게 할 건지 공약 파기를 공식적으로 사과한 뒤 제2부속실을 만들어 제대로 된 보좌 집행 체계를 구축하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식 수행팀이나 비서팀이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어떻게 좀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기고자 : 김은중 기자
본문자수 : 192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