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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4대1로 대승

한국 축구대표팀의 6월 4번의 평가전을 전부 풀타임으로 뛴 건 주장 손흥민(30·토트넘) 한 명뿐이다. 손흥민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지막 평가전인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주특기인 득점이 아닌 패스로 4대1 대승을 이끌며 왜 본인이 대표팀에서 대체불가한 선수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

◇손흥민, 공격 안 풀리자 중원으로

한국은 경기 초반 이집트 수비에 고전했다. 중앙선에서 패스를 끊어내는 이집트 미드필더들 탓에 한국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고립됐다.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손흥민이 중원으로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앞으로 패스를 뿌렸다. 익숙하지 않은 위치였는데도 빠르게 적응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중앙선 근처에서 전방 왼쪽으로 길게 공을 보냈고, 이를 김진수가 받아 바로 골문 앞으로 띄워 황의조가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추가 골도 손흥민의 발끝부터 시작됐다. 전반 22분 그가 오른쪽에서 정교하게 올린 코너킥을 황의조가 골대 오른쪽에서 머리로 방향을 살짝 틀었고, 골대 왼쪽에서 기회를 엿보던 김영권이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골대 오른쪽에 공을 꽂아 넣었다. 득점력만 출중한 게 아니라 경기 조율 능력, 날카로운 패스를 갖춘 손흥민이었기에 가능했던 골들이었다.

후반 막판 연달아 터진 세 번째와 네 번째 골은 대표팀이 '손흥민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후반 40분 엄원상이 가운데에서 수비들을 끌어모은 뒤 상대 페널티 박스 정면에 있던 조규성에게 공을 건넸다. 조규성은 그 자리에서 그림 같은 감아차기 골로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뒤에서 조규성의 어깨를 감싸안고 활짝 웃으며 축하했다. 평소 골을 넣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벤투 감독도 깔끔한 패스플레이에 이은 골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앞뒤로 흔들며 이례적으로 기뻐했다.

후반 추가시간 1분엔 김진수가 왼쪽에서 빠르게 달려 후방으로부터 공을 받았고, 문전으로 올린 공에 권창훈이 머리를 갖다대 4대1 완승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수비수 숫자를 늘렸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날 지난 3경기 동안 계속 지적받은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1명이었던 수비 미드필더를 2명 두며 후방 인원을 늘렸다. 수비 안정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허용한 전반 38분 골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의 수비 진영에서 혼전 상황이 벌어질 때 수비수가 8명이나 골문 근처에 있었지만, 무스타파 무함마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며 오른발 슛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허정무 TV조선 해설위원은 경기 중 "서로 임무를 정확히 부여받지 않아 허둥대는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아무도 없는 곳에 패스한다든지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개인기가 뛰어난 이집트 선수들에게 돌파를 쉽게 허용하면서 위기에 몰리는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이집트가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 등 주축이 결장한 팀이었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을 낳았다. 벤투 감독은 "지금까지 나온 수비 실수와 전술 등 많은 걸 분석해서 계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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