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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춤을 추는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혼자 음악을 들을 때, 흔들흔들 몸을 움직이는가? 그것이 겸연쩍거나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러운가? 그렇다면 아마 당신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매우 큰 기쁨 하나를 남몰래 확보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댄스팀에 속해 공연을 다녔고, 스무 살 이후로는 취미로 발레며 현대무용이며, 스트리트댄스를 배우고 있다. 열심히 연습해 무대에 서는 기쁨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혼자 추는 춤이 얼마나 기쁜지도 잘 안다. 가끔은 집에서 혼자 음악을 틀어 놓고 가만히 몸을 흔들어본다. 발로 허공을 차고, 빙글빙글 돌아보기도 한다.

춤은 더 나은 몸을 가지기 위한 운동이나 정신을 집중하기 위한 수련과는 다르다. 춤은 오로지 현재에 머무르는 일이다. 춤을 추는 동안 우리는 생각을 멈춘다. 순수한 물리적 존재로서 단단히 땅을 밟는다. 정답이 없다. 목표도 없다. 리듬과 공간과 몸만이 얽히는 강렬한 순간이다. 무대에 서 있을 때도, 아무도 몰래 혼자 출 때도 그렇다. 물론 운동도 생각을 없애주는 좋은 수단이지만 춤은 수치로 표현되는 목표가 없다는 점에서 더 자유롭다. 춤을 출 때는 더 빨리 하지 않아도 되고 더 무겁게 들지 않아도 되고 더 오래 버티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안무를 출 때조차도 느껴지는 자유가 있다. 내가 춤을 계속해서 삶의 일부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게도 춤이 삶의 일부로 들어오면 그때부터 어떤 생각은 몸으로 하게 된다. 나는 문학적인 글을 쓸 때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쓴다고 느낀다. 써 놓은 글이 내 몸의 리듬에 합당한 글이라고 느낄 때 비로소 만족한다. 팔을 뻗는 느낌으로 대화하고 다리를 터는 느낌으로 술을 마신다. 웅크리는 느낌으로 출근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느낌으로 퇴근한다. 춤추는 몸의 느낌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단단히 근육에 붙기 때문이다. 춤추는 몸에게 삶은 자유롭고 완전한 모습을 가끔 드러내 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진 춤이 아니더라도. 기고자 : 김겨울, '아무튼, 피아노' 저자·북튜버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1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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