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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OTT가 점령한 시대…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4권 눈길

그리스 고전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속 마녀 세이렌은 삶의 비밀을 담은 '지혜'로 오뒷세우스를 유혹했다. 오뒷세우스는 이렇게 전해준다. "세이렌 자매들이 낭랑한 노래를 불렀다… (중략) '이 노래를 들은 자는 지혜를 갖고 귀향한다고요.'"

민음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인문학 클래식' 시리즈 1권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속 한 장면. 국내에 이미 여러 버전이 나와 있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그리스 고전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원전을 직접 번역한 국내 첫 사례다. 출판사 측은 "희랍어 원문 서사시의 운율이 많이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책 맨 뒤의 해설이나 등장인물별로 촘촘히 만들어진 색인도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시도다. 양희정 민음사 부장은 "오뒷세이아는 BBC가 '오늘날 우리 세계를 형성한 이야기 100개' 중 1위로 꼽는 작품으로 무수한 변주를 낳았다"며 "이번 책을 시작으로 100권까지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온몸을 밧줄로 묶고 유혹에 맞서 노래를 들으려 했던 이유는 '지(知·앎)' 때문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자연에 맞선 인간 정신의 용맹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이 서사시를 선택한 이유. 오뒷세우스 이야기는 최근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의 한 에피소드로 변주되기도 했다. 이번엔 귀머거리 기사(deaf Knight)가 세이렌의 온몸을 감싼 황금을 탐하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스토리. OTT(동영상 스트리밍)로도 재해석됐다는 점에서 고전만이 가질 수 있는 보편성을 보여준다.

민음사는 이번에 세네카 '철학자의 위로', 보들레르 '우울의 고백: 샤를 보들레르 서간집',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까지 4권을 한꺼번에 내놨다. 올 연말까지 두 권이 더 나오고, 내년에 스무 권까지 내는 것이 목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중학생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편지 43통을 엄선한 서간집에 실린 편지 대부분은 이번에 처음 번역된 편지들이다. '자식을 잃은 이에게' '가족의 고통을 지켜보는 이에게' '형제를 그리워하는 이에게'로 구성된 세네카의 '위로'는 옛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였다.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추위를 막고 먹을 것으로 굶주림과 목마름을 달래는 것을 몸이 원하며, 그 이상의 욕망을 갖는다면 몸은 필요가 아니라 결함으로 인해 고생하겠지요." 욕망과 결핍에 대한 이 통찰을 들여다보면, 고대나 21세기의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음도 깨닫게 된다. 기고자 :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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