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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봉쇄로 3000만t 곡물 쌓여… 당장 판로 못찾으면 버려야 할 판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올해 첫 곡물 수확이 시작되면서, '곡물 수출 대란'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러시아 침공으로 해상 수출길이 막힌 탓에 지난해 수확한 곡식의 3분의 1가량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라, 당장 판로를 찾지 못하면 아까운 곡물을 버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에서 지난해 파종한 겨울 보리와 밀 수확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수확 대상 경작지는 보리 24만4000㏊와 밀 55만1000㏊ 등 총 106만㏊로, 수확량은 20만t 안팎으로 추산된다. 로이터는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은커녕 이 곡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수심만 깊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량이 90% 이상 격감하면서 내다 팔 곳도, 저장해 놓을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농민은 "매년 곡물 1만2000t을 수확해 상당량을 유럽과 아프리카, 중국에 수출해왔는데, (수출이 막혀) 지난해 거둔 곡물이 2000t이나 쌓여 있어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쌓여 있는 곡물은 총 3000만t에 달한다. 수출량 기준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밀과 옥수수, 보리, 해바라기씨 등 총 8400만t을 수확했다. 이 중 약 35%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이 창고에 묶이면서 곡물 저장 용량이 거의 한계에 달했다"며 "새로 수확한 곡물이 밀려오면 저장할 곳이 없어 방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곡물이 부족해 기아가 발생하고, 우크라이나에서는 곡물이 썩어나가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침공 4개월 만에) 전체 농경지의 25%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올가을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확 감소로 나타나면서, 연초 대비 40~60% 급등한 국제 곡물 시세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소츠키 차관은 "올해 곡물 생산량은 4800만~5000만t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생산량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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