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156명 출전 스칸디나비안 믹스트
스웨덴출신 그랜트, 24언더 우승

30년 전만 해도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R&A(로열 앤드 에인션트) 클럽 하우스에는 '개와 여자는 출입 금지(No dogs or women allowed)'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그만큼 골프의 성차별은 지독하고 뿌리 깊어서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은 개장 273년 만인 2017년에야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다. 미셸 위(미국)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도전했지만, 컷 탈락하면서 일시적인 화제에 그쳤다. 대회 규모와 상금 등에서 보통 5~6배 이상 기울어진 남녀 골프 차이를 구조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13일은 골프사에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스웨덴 출신 여자 골퍼 린 그랜트(23)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가 공동 주관한 대회 스칸디나비안 믹스트(총상금 200만유로)에서 우승했다. 그랜트는 DP월드투어와 LET에서 동시에 우승한 것으로 인정받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72홀 유럽 남자 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랜트는 스웨덴 틸뢰산트의 할름슈타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로 8타를 줄여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했다. 공동 2위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마크 워런(스코틀랜드)을 9타 차로 제쳤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스웨덴의 남녀 골프 영웅인 스텐손과 안니카 소렌스탐이 공동 호스트를 맡고 있다. 남녀 78명씩 모두 156명이 출전해 같은 코스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트로피를 걸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물론 남녀 선수 티잉 구역을 따로 설정해 여자 선수들이 코스를 더 짧게 경기를 치른다. 호주에서 열리는 빅오픈도 같은 코스에서 티잉 구역만 달리해 남녀가 번갈아 샷을 날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남자는 DP월드투어, 여자는 미 LPGA투어 대회로 열린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랜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프로 골퍼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골프를 시작한 그랜트는 지난해 프로에 데뷔했고, 올해 3월 요버그 레이디스 오픈과 5월 벨기에 레이디스 오픈, 이번 대회까지 올 시즌에만 3차례 유럽여자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랜트는 특히 이번 우승 상금으로 약 32만달러(약 4억1000만원)를 받았다. 기고자 : 민학수 기자
본문자수 : 116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