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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클라르크

피해자인 인질이 가해자인 납치범에게 감화돼 동조하고 변호하는 심리 현상을 '스톡홀름 신드롬'이라 부른다. 이 용어의 기원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서 벌어진 무장강도·인질 사건. 범죄 현장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주범인 클라르크 올로프손은 잘생긴 외모와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순식간에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에게 매혹된 인질들은 오히려 경찰에 맞서 범인들을 보호하려 한다.

"난 강도예요. 여러분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죠. 지겨운 인생에서 자랑할 만한 이야기. 여러분은 지금 클라르크 올로프손과 함께 있어요." 곧 도주할 은행 강도답지 않은 여유로운 표정과 말투의 클라르크가 줄을 섰던 여자에게 묻는다. "이 재미없는 사람들과 남을 거야. 아니면 몇 시간만 내서 클라르크 올로프손을 경험할래?" 여자는 그를 따라나선다.

클라르크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범죄자의 자서전은 진실과 거짓이 뒤얽혀 있기 마련이다. 마돈나, 레이디 가가, 비욘세 등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던 감독 요나스 오켈룬드는 진지하게 진실을 좇기보다, 화려한 패션과 다채로운 색감, 펑키한 음악이 가득한 한 판 쇼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클라르크를 연기한 빌 스카르스고르드는 스웨덴의 배우 명문가 출신. 공포영화 '그것'에서 한 번 보면 잊히지지 않는 비주얼의 피에로를 연기했었다. 이 드라마에선 반항아 같은 매력과 악마적 말솜씨로 고약한 악당인데도 미워하기 힘든 실존 인물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창조해낸다. 청소년 관람 불가.

클래식 - 피아니스트 이진상

피아니스트 이진상〈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독주와 협연, 실내악과 리사이틀 반주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 16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는 작곡가 로시니와 리스트의 곡들을 들려준다. 로시니는 이탈리아 오페라로는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피아노곡은 조명받을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노년의 과오'라는 유머 섞인 로시니의 후반 작품집 가운데 5곡을 연주한다. 후반에는 리스트의 '시적이고 종교적인 10개의 하모니' 가운데 4곡을 들려준다.

영화 - 경아의 딸

'경아의 딸'(감독 김정은)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작품. 학교 교사인 연수(하윤경)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유출한 동영상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평생 딸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어머니 경아(김정영)에게도 상처가 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에는 몇 가지 미덕이 있다. 우선 피해자 중심적 관점에 선다는 점. 그러면서도 선정주의로 치닫지 않고 모녀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섬세하고 사려 깊게 접근한다는 점. 주제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점에서도 귀감이 된다.

연극 - 파묻힌 아이

지난해 경기도립극단이 국내 초연한 이 연극은 시작부터 기괴하다. 부부는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붕괴 직전의 낡은 집과 이 가족은 닮아 있다. 짐짓 모른 척하는 현실 부정, 히죽거리는 냉소, 통하지 않는 대화가 무대를 떠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비극. 패륜과 살인의 기억에서 도망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잔인한 탐구다. 손병호 등 초연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출연한다. 한태숙 연출로 15~2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뮤지컬 - 넥스트 투 노멀

상처 없는 가족이 있을까? 다이애나는 과거의 상처에 시달리고 남편 댄이 아내를 지키는 동안 딸 나탈리는 '투명인간'처럼 소외돼 있다. 굿맨(Goodman) 패밀리는 특별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댄은 "아픈 기억을 지우고 정상으로 돌아갈 방법은 전기 치료밖에 없다"고 설득한다. 다이애나가 부르는 '어둠 속의 빛'을 포함해 아름답고 세련된 곡이 많다. 제목은 '정상인과 이웃해서'라는 뜻. 박칼린·최정원·남경주 등 출연. 7월 3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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