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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6% 급증한 세계 ESG 투자
지난달 미국 ETF에서 5억달러
신흥국선 11억달러 빠져나가
ESG에 몰린 세계 투자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조7443억달러(약 3513조원). 1년 만에 규모가 66% 커졌고, 코로나 팬데믹 직전 대비로는 228% 늘어나는 등 세상의 모든 돈을 끌어모을 기세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120달러를 웃돌고 주요 에너지 기업 주가도 고공 행진하면서, 에너지 기업 투자를 죄악시하던 ESG는 오히려 홀대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ESG 투자 펀드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이 그간 민주당 정권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ESG 투자를 반(反)시장주의적 산물로 낙인찍으면서 투자 위험도 커지고 있다. ESG 투자는 이대로 고꾸라지는 걸까.
◇역풍 맞은 ESG 투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미국 주요 에너지 기업 주가 움직임을 추려 산출한 'MSCI USA 에너지 지수'는 올 들어 53% 폭등했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120달러 선까지 치솟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셰브론·옥시덴털페트롤리엄 등 에너지 기업에 줄줄이 투자를 늘리는 마당이다.
반면 ESG 투자에 열심인 기업들을 모은 지수인 'MSCI USA ESG 지수'는 연초 이후 이달 10일까지 20%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의 화석연료 기업과 전쟁 수혜 종목인 방산 기업들을 투자 리스트에서 적극 배제한 탓이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서 ESG 상품들마저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참다 못한 투자자들은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미국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미국 ESG 공모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 모두에서 자금이 유출됐다. 신흥국 ESG ETF에서는 11억4000만달러, 미국 ESG ETF에서는 4억9000만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잘나갈 땐 한 달에 80억달러 가까운 돈이 유입됐는데, 분위기가 정반대로 변했다.
심지어 ESG 요소는 철저히 배제한 채 수익 추구를 극대화하는 기업에만 집중 투자하는 '반(反)ESG' 투자회사마저 등장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위선적인 '정치적 올바름(PC)'을 비판한 책 'Woke, Inc.(깨어있는 주식회사)'를 출간한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스트라이브라는 이름의 자산운용사를 세우고 헤지펀드업계 거물인 빌 애크먼 등에게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최고 인기 투자처에서 정쟁의 재물로
ESG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간 대결 구도의 핵심 논쟁거리로도 부상했다. 전면에 나선 사람은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그는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좌파들이 투표를 위해 ESG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에 ESG를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 시장주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서는 지난해 연기금이 에너지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금융사의 상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규제 당국 시선도 곱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사들이 ESG 키워드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난달 말 새로운 투자 규정을 내놨다. ESG 펀드라면 자산의 최소 80%를 관련 유형에 투자해야 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방법 등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ESG 지표를 과장해 투자자를 호도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거센 역풍에도 ESG 투자가 저물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국투자증권 임지우 연구원은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 영향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ESG 펀드에서 자금 유출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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