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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데뷔 9주년

30년 전 1992년 초만 해도 영국의 옥스퍼드셔주의 공립학교 애빙턴 스쿨의 동창생들로 구성된 라디오헤드는 싱글 하나 발매하지 못한 동네 밴드였다. 그들이 세상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게 될 'Creep'를 간신히 발표했을 때 뉴뮤직익스프레스지는 '록밴드라기엔 겁쟁이 같다'고 조롱했고 라디오 채널들은 우울하기 그지없는 이 노래를 외면했다.

"나도 특별했음 좋겠어/넌 욕 나오게 특별한데/하지만 난 지질해/완전 4차원 괴짜지/제기랄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난 여기에 어울리지도 않는데…. (I wish I was special/You're so fuckin' special/But I'm a creep/I'm a weirdo/What the hell am I doing here?/I don't belong here)"

한 해가 지나고서야 무명의 팍팍함이 음산하게 밀려오는 이 노래는 비로소 세계 청중들의 가슴에 호소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뒤 바로 오늘,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의 보이 그룹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도 없이 명멸했던 아이돌 그룹의 하나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갈 수도 있었던 이 무명의 청년들은 그들 앞에 놓인 촘촘한 장애물들을 극복하며 세계의 정상에 올랐다. 이 9년 동안 세계 대중음악의 변방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은 이들의 놀라운 영향력에 힘입어 K팝이라는 또 하나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보유한 나라로 부상했다.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일곱 청년이 획득한 성취를 요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을 단지 노래와 춤, 외모로 평가할 수 없다. 이들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로 압축될 수 있는 메시지로 세계 청년들의 감성적 연대를 전 지구적으로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의 약진에 힘입어 21세기 초반만 해도 20위권 밖이었던 한국 음악 산업 시장의 규모 역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이 데뷔한 지 5년 만에 한류와 우리말 확산의 공로를 인정하여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기고자 : 강헌 음악평론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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