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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대학생 아들은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밤을 새우고 새벽에 잠드는 일이 잦다. 거의 매일같이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눈을 뜨곤 하는데, 어느 날 "꼭 아침 9시 50분 전에 깨워줘!"라고 했다. 급하게 할 일이 있나 보다 싶어 다음 날 시간에 맞춰 깨웠더니, 허겁지겁 노트북을 켜고 나이키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10시가 되자마자 '나이키 카시나 에어맥스' 제품 구매 추첨에 응모했다. 돈 주고 사고 싶어도 당첨되어야만 살 수 있다는 제품.

그렇다. 내 아들은 운동화 마니아다. 아예 자기 방에 신발장을 두고 수집한 신발을 진열한 뒤 신어보기도 하고 감상도 한다. 수시로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같은 운동화 브랜드와 각종 편집숍 사이트를 방문하며 신발 출시일과 구매 응모일을 찾아보곤 한다.

운동화 발매 전에 리셀(Re-Sell·되팔기) 가격도 미리 가늠해보는 것 같다. 취향이 아닌데도 리셀가가 많이 오르는 신발을 예상해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한 마니아들은 리셀가가 높지 않은 걸 알면서도 운동화를 구입한다. 비싸거나 '핫한'(유행을 타는) 제품을 갖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 자체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마니아의 자세다.

아들은 오래전부터 유명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가 참여한 나이키의 '에어맥스 1' 모델을 가장 좋아했다. 이를 구매하려고 스트리트 편집숍에서 진행된 구매 응모 이벤트에도 참여했지만 번번이 운이 따르지 않았다. 대신 리셀 플랫폼과 스니커 커뮤니티를 뒤져 웃돈을 주고 결국 손에 넣었다.

마니아들은 제품의 가치를 스스로 정한다. 그래서 출시 당시 정가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 제품을 웃돈 주고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리셀 시장은 원하는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웃돈이 포함되어도 오히려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 리셀 시장을 비판하는 시선이 적지 않지만, 신발·의류·액세서리 등을 좋아하고 제품에 대한 지식이 많은 마니아들에겐 말 그대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기고자 : 염선옥 2022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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