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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저스포츠 중심지로 변신

지난 8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 '이순신마리나'. 흰 돛과 엔진을 함께 장착한 길이 14m짜리 요트 '모아나호'가 12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출항하고 있었다. 시속 8㎞의 느린 속도로 호수처럼 잔잔한 여수의 내해 '가막만'에 들어섰다. 잔물결이 햇빛에 비쳐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요트는 항구에서 멀지 않은 섬 '장도' 주변 바다를 1시간쯤 항해하고 귀항했다. 구입 비용이 16억원에 달하는 이 요트를 1시간 체험하는 비용은 1인당 3만5000원. 아내와 함께 왔다는 백승인(33)씨는 "해외여행은 아직 시기상조라 고급 요트를 즐기러 왔다"며 "TV로만 보던 근사한 요트에서 마스크 없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니 코로나로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순신마리나를 거점 삼아 요트 관광업을 하는 업체는 4군데이다. 마리나(marina)는 요트와 모터보트 등 레저용 선박을 대는 항구다. 마리나에서 활동하는 요트 업체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된서리를 맞았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요즘 특수를 누리고 있다. 5월 들어 주말 하루 9차례 투어는 거의 만석이다. '퍼스트 요트투어' 대표 임승철(49)씨는 "지난달 초부터 예약 문의 전화가 하루에 30~40통씩 걸려와 주말 요트 투어는 향후 2주 치 예약이 완료됐다"며 "그동안 코로나로 다른 사람들과 대면을 하지 않는 개인용 요트가 인기였는데, 요즘은 관광용 요트까지 주가가 치솟고 있다"고 했다.

◇방역 풀리며 해양레저스포츠 인기

'해양관광 도시' 여수가 해양레저스포츠 중심 고장으로 비상(飛上)하고 있다. '바다 위 별장'으로 불리는 고급 요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대중 해양레저스포츠를 도시 곳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수는 나비 날개 모양의 육지와 여러 섬으로 둘러싸여 태풍이 닥쳐도 큰 파도가 일지 않는 천혜의 해양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마리나와 요트경기장 등 해양레저스포츠 인프라도 풍족하다.

요트 붐을 견인하는 곳은 2016년 여수시가 개장한 이순신마리나다. 지난 8일 찾은 이순신마리나의 배를 대는 곳인 선석(船席) 150개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엔진을 단 '파워 요트'와 돛을 세운 '세일 요트' 등 레저용 선박이 육상과 해상 계류장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선박 길이는 7m에서 14m 이상으로 다양했다. 여수시에서 위탁받아 마리나를 관리하는 ㈜대한이앤씨 이승태 마리나사업팀 이사는 "추가 정박 문의 전화가 매일 10여 통 걸려오지만 자리가 없어 '죄송하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선박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과 장비보관실·샤워실·계류장·클럽하우스 등을 갖춘 이순신마리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심형 마리나'이다. 이승태 이사는 "도심 바로 앞에 드넓고 잔잔한 가막만을 품어 안전하게 요트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음식점과 고급 숙박 시설 등의 풍부한 배후 상권까지 갖춰 도심형 마리나로서의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순신마리나 앞에 해양 레저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거점마리나(300선석)'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윈드서핑·스노클링 등 무료 체험도

여수에선 다양한 여름철 해양레저스포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지난 8일부터 소호요트경기장과 웅천인공해수욕장, 여수세계박람회장 내 바닷가 등에서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바람을 받으며 파도를 타는 '윈드서핑', 바다에서 노를 젓는 '카약', 간단한 장비로 바다 생태계를 즐기는 '스노클링', 노를 젓는 보드 '패들보드' 등 대중적인 해양레저스포츠 9종류를 1시간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오는 9월 21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운영한다. 여수시 홈페이지 사전 예약 또는 현장 접수로 이용이 가능하다.

신용해 여수시 해양레포츠팀 주무관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때 카약 체험을 무료로 제공했고, 이듬해부터 종류를 늘려 11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무료 체험을 위해 매년 인건비 등에 2억여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9월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양 교육을 하는 전국 첫 '청소년 해양교육원'이 여수세계박람회장에 문을 열었다. 해양교육원에 있는 가상체험(VR) 해양레포츠 체험관에서는 조정·윈드서핑 등을 즐길 수 있다. 수심 1.3m 수영장과 5m 다이빙풀에선 생존 수영과 공기 공급 장비 없이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김상태 여수시 공보담당관은 12일 "여수는 일본과 대만의 중간에 위치해 국제적인 요트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대규모 숙박 시설과 도로망 등 관광 인프라도 잘 구축해 해양레저스포츠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라고 했다. 기고자 : 여수=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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