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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글｜아냐 렌초바 그림｜이한음 옮김｜을유문화사｜336쪽｜2만원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수태고지'가 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온 장면을 그렸다. 저자는 천사를 보고 말한다. "날개가 놀라울 만치 작다. 저 날개로는 아기도 날 수 없다." 그는 천사가 날 수 있을 정도로 날개를 확대한 그림을 책에 실었다. 가브리엘의 날개는 화폭을 뚫고 나간다.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가 진화적 관점에서 자연 속 생명체와 인간이 하늘을 날게 된 사례와 연원을 추적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데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가 이어진다. 여왕개미는 왜 날개를 떼어버리는지(더 이상 필요 없어서), 왜 포유류 중에서는 박쥐만 하늘을 날 수 있는지(작기 때문) 같은 질문에도 답한다.

하지만 현대 과학도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최초의 비행 생물체가 떨어지다가 날았는지(하강 가설), 날아오르려고 노력하다(이륙 가설) 비행에 성공했는지 모른다. 회귀본능 덕분에 전서구로 쓰였던 비둘기의 '내비게이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모른다고 인정하고, 이해하려 애쓰면서 과학은 발전한다. 도킨스는 그런 과학의 미덕을 성공적으로 드러낸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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