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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지음｜민음사｜388쪽｜1만5000원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 -심야코인세탁소"

장편 '고독사 워크숍' 속 인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초대 메일을 받는다. 욕을 하거나, 사기 메일인 줄 알고 지워버릴 법도 한데 하나같이 제안대로 '고독사 워크숍' 참가 지원서를 쓴다. 일상이 고독하거나, '자발적 실종'에 관심 가졌던 이들을 골라 발송된 초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고독사'를 '원치 않는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원하던' 혹은 '준비된 고독사'로 불러본다면 어떨까. 이런 가정에서부터 출발한 고독사 워크숍은 참가자들에게 고독사해야만 하는 이유와 매일 고독한 일상을 온라인으로 적어 내도록 한다.

덕분에 워크숍 참가자들의 매일은 '고독사하기 위한 일상'으로 변모하지만, 정작 그 속은 삶을 살아내려는 일상과 다를 바가 없다. '오늘의 부고' 작성하기, 매일 단골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사라진 '거북이 수프 맛' 부활을 요청하는 메일 쓰기 등으로 하루를 채울 뿐이다.

참가자들 사이 일상에 대한 피드백도 오간다. "이럴 때일수록 탈모를 조심해야 합니다. 고독사는 슬퍼요. 그러나 대머리와 결합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머리로 고독사하는 한 이유가 무어건 당신의 고독사 원인은 오로지 대머리가 될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고독사를 원하던 참가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오히려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기르게 된다.

이 소설은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종종 늙은 내가 들어가게 될 요양원에 대해 생각한다"는 작가는 '그곳에 딱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그중 한 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번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명랑하고 고독하게 함께 잘 늙고 잘 죽어 갈 책"이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본문자수 : 94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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