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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업무 중에 교통 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내고 숨졌더라도 법규 위반만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인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출장 복귀 중 교통사고로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유족 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업무 관련 교육에 참석했다가 차를 몰고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A씨의 음주운전 정황은 없었으며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을 사고 이유로 추정했다. A씨 유족은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중앙선 침범이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 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사망 등은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지 않는다.

1심은 유족 주장을 인정해 "업무 수행 중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2심은 중앙선 침범은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이유가 규명되지 않았고, 음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수사기관은 사고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했다"며 "범죄 행위가 사고와 A씨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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