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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와 90분 도시락 오찬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최근 여당 내부에서 불거진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설전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당내 단합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한식 도시락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최고위원들과 인사하며 "오랜만에 친정 식구들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오늘이 (대통령) 취임 한 달이자, 이준석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라 더 뜻깊은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직접 안내하자 당 지도부는 집무실 용산 이전과 청와대 개방,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윤 대통령이 아침마다 하는 도어스테핑에 대해 국민 호응이 좋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일본 총리가 수시로 도어스테핑을 하는 사례를 들면서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열린음악회에서 개방된 청와대를 둘러본 뒤 "미리 봤으면 우리도 청와대에 그대로 있자고 했을 것 같다"고 했던 농담도 소개했다. 김 여사는 당시 청와대 본관 영부인실을 살펴본 뒤 "이렇게 좋은 데가 있는 줄 알았다면,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속으로 '아,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 그대로 사니까 (김 여사가) 영부인 된 기분이 나겠나"라고 하자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옥 건물인 청와대 상춘재를 외국 바이어 초청 등 기업 행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오찬에선 민감한 정치적 현안이 대화 주제로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오찬은 지방선거 등 큰일을 치른 당에 윤 대통령이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라고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당 갈등이 점입가경인데 오찬 때 어떤 당부를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갈등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정치가 늘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의 수장도 아니고,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간 증폭하는 갈등 양상에 대해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 직후에도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를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수직적 당·청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당연히 만나야죠. 저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윤 대통령) 취임사 내용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고 자유를 강조하셔서 굉장히 기대치가 많아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국내외적 법적인 것이 있어서 그게 좀 빨리 결론이 났으면 이 대표님이 특사로 가시면 더 할 게 많은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징후와 관련해서는 "지금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김동하 기자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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