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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3개월 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와 비슷한 배럴당 120달러대로 다시 급등했다. 국제 경제기구들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경고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모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밀어올리며 각국의 급격한 긴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2.3% 오른 배럴당 122.1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월 8일 러시아산 원유 제재 여파로 WTI가 123.70달러를 찍은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도 2.5% 오른 123.58달러에 거래가 체결됐다.

이날 유가는 러시아 원유 제재 지속과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같은 기저 요인에 더해, 석유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 속에 급등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은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낀 지난주 미 휘발유 재고가 81만2000배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당 4.95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중동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 더 많은 원유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현재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란이 자국 핵시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치한 감시 카메라 가동을 중단, 국제 제재로 이란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시장을 자극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7~9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갈 수 있다"며 기존 전망치 125달러에서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회사인 트라피구라와 JP모건 회장도 각각 "유가가 올 연말 150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억제를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8일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치솟았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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