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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못잖게 거리가 어수선하다. 소중한 선택 감사하다느니, 검증된 일꾼으로 보답하겠다느니…. 떨어졌다고 홱 고개 돌려서야 쓰나. 고맙고 죄송하다, 성원과 지지 잊지 않겠다 조아린다. 투표 때까지 선관위가 헤아린 현수막이 12만8000여 장, 길이로 1281㎞랬다. 이런 당락(當落) 인사까지 합치면 정말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늘어놓고도 남을 판인데.

어느 모퉁이에서 눈길이 멈춘다. '낙선인 ○○○.' 떨어진 사람은 대개 이름만 적거나 '낙선자'라 하던데. 그러고 보니 어떤 시장은 자기를 '당선자'라고, 어떤 구의원은 '당선인'이라고 쓴다. '놈 자(者)'와 '사람 인(人)', 다른 걸까 같은 걸까.

대통령으로 뽑힌 이는 '놈'이 아니라 '사람'이 옳다는 발상에서 나온 듯한 말이 '당선인'. 人의 어감이 긍정적이라서 그랬다면 착각이다. 고작해야 교양인, 문명인, 변호인, 세계인, 자유인 정도? 그런 거 '者'가 훨씬 많아 보인다. 개척자, 반려자, 선구자, 성직자, 애국자, 유공자, 지도자, 창시자, 후원자…. 같은 말 '성자(聖者)'와 '성인(聖人)'만 봐도 '者'와 '人' 귀천(貴賤)을 가릴 수 있는가.

부정적 어감은 어떨까. 노숙인, 무명인, 미개인, 야만인, 장본인, 중죄인, 하수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극악(極惡)'이나 '범죄'에도 '人'이 붙는다. 물론 '者'가 더 흔하긴 하다. 가해자, 낙오자, 배신자, 범죄자, 변절자, 용의자, 위선자, 주동자, 침략자, 파괴자…. 결국 긍·부정 두루 살피면 그 말이 그 말이다. 다만 몸담은 분야를 가리킬 때 人을 주로 쓰는 특성이 있다. 경제인, 광고인,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의료인, 정치인 따위가 그렇다. '과학자, 교육자'처럼 者를 쓰는 말은 드물다.

시민 받들려는 마음가짐도, 계속 지역 발전시키겠다는 다짐도 좋다. 아무튼, 약속을 지키겠다는 바로 그 약속 꼭들 지키기 바란다. 어기는 날엔 하늘 같은 '유권者'가 혼내줄 테니.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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