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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최지선·김학선 등 '한국 팝의 고고학' 네 권 펴내

한때 음악 애호가와 평론가들 사이 국내 음악사를 알고 싶을 때 곶감 빼먹듯 살펴보는 책이 있었다. 바로 2005년 출간된 '한국 팝의 고고학'(당시 한길아트사). 절판된 후 권당 중고가 10만원을 훌쩍 넘기며 많은 이를 애타게 했던 이 책이 최근 17년 만에 을유문화사에서 복간됐다.

본래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와 최지선 평론가가 1960년대·1970년대 음악사를 다룬 각 2권 분량이었지만, 김학선 평론가가 새로 합류해 1980·1990년대 편이 추가됐고, 총 4권(2600쪽) 분량이 됐다. 발간 일주일 만에 2쇄(3000부)를 찍었다. 대중문화 비평서로는 드문 인기다.

최근 인터뷰에서 저자들은 "고고학이란 제목처럼 발굴하듯 쓴 책"이라고 했다. 절판 음반을 다룰 땐 소장 중인 수집가들에게 읍소해 표지 사진을 찍고, 직접 음원을 일일이 녹음해 듣기도 했다. 그룹 룰라 소속사였던 '월드뮤직'에 대해 쓸 땐 옛 전화번호책과 1995년 나온 음반비디오 연감 등을 샅샅이 훑고, '영등포 1동'이란 주소를 특정해 직접 찾아갔다. 신현준 교수는 "가보니 정작 '월드용접학원'만 남았더라"며 웃었다.

이런 고생 덕에 귀한 사진도 다수 실렸다. 영화 '고고 70'의 실제 주인공인 그룹 '데블스'가 해골 무늬 의상으로 선 1970년 경연 무대 모습, 1980년대 '동아기획'의 정신적 지주였던 뮤지션 조동진이 서울 서초동 은하 아파트 자택에서 가수 조원익과 곡을 쓰던 모습 등이다.

단순히 인물이나 연대기순이 아니라 '공간'을 중점으로 한국 대중음악사를 살폈다. 최지선 평론가는 "녹음실, 태어난 장소 등 음악인들이 자주 뭉치고 관계 맺은 경로가 음악 산업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1960년대 미8군 무대, 1970년대 명동·종로·광화문 인근 음악감상실과 DJ 문화, 1980년대 신촌·대학로·방배동·이태원 중심의 음악 트렌드, 1990년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와 강남 키즈 유행 음악까지. 마치 르네상스 발생 기원지를 훑듯 한국 팝이 태동한 역사적 장소들을 훑어간다.

여기에 신중현, 조용필, 전인권, 주현미, 김완선, 신해철 등 유명 가수뿐 아니라 방송사 PD 진필홍, SM엔터테인먼트 초기 핵심 멤버로 활동했던 홍종화 등 당대 음악계 내부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도 더했다.

저자들은 특히 '각 장을 플레이리스트처럼 골라 언급된 음악과 함께 읽을 것'을 추천했다. 신 교수가 마치 음악다방 DJ 같은 말투로 말했다. "1980년대 파트의 10장, 1990년대 3·4·5장을 묶으면 요즘 아이돌 이전의, 일명 '광복 이래 댄스음악 계보' 플레이리스트죠. 1980년대 파트의 1장·9장, 1990년대 알앤비 관련 장들은 '한국 발라드 작곡가의 계보' 플레이리스트로 추천드리고 싶네요."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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