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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변호사 빌딩' 참사… 20분새 7명 사망, 50명 부상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이 9일 대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에 있는 빌딩 내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죽고 50명이 다쳤다. 불을 지른 용의자인 50대 남성도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203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 3902㎡ 규모로 1995년 지어진 이 빌딩은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다. 이 화재로 불을 지른 용의자를 포함해 남성 5명, 여성 2명이 사망했다. 사무실에 있던 남성 직원 1명은 창문을 통해 대피했다. 해당 사무실은 김모·배모 변호사 2명이 공동으로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배 변호사는 사건 당시 다른 재판 일정으로 사무실을 떠나 있어 화를 면했다. 하지만 배 변호사와 사무실을 함께 쓰는 김 변호사와 근무 중이던 사무실 직원들이 숨졌다. 건물 내 다른 사무실에 있던 50명은 단순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고 이 중 일부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본지가 입수한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이날 오전 10시 53분쯤 A(53)씨가 한 손에 흰 천으로 덮은 물건을 들고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건이 인화 물질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진입한 뒤 불과 25초 만에 불이 났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을 통해 A씨가 자택을 나설 때 이미 인화 물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나오는 장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건물 2층에서 근무한 목격자 임모씨는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 놀라 복도로 나와 보니 연기가 자욱했다"며 "사무실 바깥쪽 창문을 두드려 깨던 중에 소방차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B씨는 "범행 당시 A씨가 '배 변호사를 죽이겠다'고 외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고 했다.

경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용의자 A씨는 재판에서 패소한 사실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한 법조인은 "A씨가 불을 지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배 변호사가 A씨를 상대로 승소한 사람을 변호했기 때문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A씨가 범행을 저지를 낌새를 느낀 적은 없다"며 "(A씨가) 평소 전화로 항의를 하거나 방문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불이 나자 소방차 60여 대와 소방 인력 160여 명이 출동해 불을 끄고 입주민들을 구조했다. 불은 소방 당국에 신고된 지 20여 분 만인 오전 11시 17분 완전히 진화됐다.

사망자 7명은 모두 203호 안에서 발견됐다. 숨진 사람들 중 김 변호사와 사무장은 사촌 형제였다.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 박석진 대구 수성소방서장은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불이 급격하게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용의자가 인화 물질을 사용해 불을 지르면서 불이 급속하게 번져 피해자들이 대피할 겨를이 없었다는 의미다. 인화 물질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불이 난 건물 지상층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파악됐다. 박 서장은 "해당 건물은 지하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지상층에는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건물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사망자 모두 한 사무실에서 나와 기고자 : 대구=권광순 기자 대구=이승규 기자 대구=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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