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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열흘간 시범개방
방문객 하루 5차례 2500명

"일제강점기부터 120년 가까이 '금단의 땅'이던 공간이 이제 국민의 품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마이크를 잡은 김형기 문화해설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강조했다. 1904년 일제가 군용지로 강제 수용하고, 이후 미군에 의해 출입이 금지된 용산공원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먼저 속살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대통령 집무실 인근 부지를 시범 개방한다.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 구간에서 시민을 맞는다. 매일 5차례 500명씩 하루 2500명 방문객을 받는다.

시범 개방 행사의 시작점인 14번 게이트는 '장군 숙소 구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일제강점기 조선군사령부 출입문이 있었고, 미군 주둔기엔 바로 옆에 병원이 있었다. 조선군사령부로 사용하던 건물은 이후 미 7사단과 한국군 육군본부 등으로 쓰였고, 한국전쟁 이후 다시 미군이 사용했다. 미군이 병원으로 쓰던 건물은 용산공원 방문객을 위한 안내 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1959년에 지어진 장군 숙소는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으로 미군 장성 가족들이 실제 거주하던 공간이다. 1950년대 미국 소도시의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였고, 나무로 만든 전신주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장군 숙소 구역을 지나 양옆으로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길을 따라 걸으면 시범 개방의 '하이라이트' 공간인 대통령실 남측 구역이 나타난다. 대통령의 집무실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사진으로만 보던 대통령의 공간을 가까이서 보는 게 화제가 될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토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부지에 태극기가 그려진 흰색 바람개비 수백 개를 설치하고 '바람정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방문객은 출입구에서 받은 바람개비에 소원이나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 바람정원에 꽂을 수 있다. 시범 개방 기간 이곳에서는 선착순으로 대통령실 앞뜰 투어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14번 게이트 반대쪽 출입구인 스포츠필드 구역은 미군들이 이용하던 야구장과 축구장, 체육관이 남아있다. 스포츠필드 내 농구장은 1967년 우리나라 여자 농구 대표팀이 훈련장으로 사용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공원 곳곳에 붉은색 '경청 우체통'을 설치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수한다.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오는 9월 임시 개방에 앞서 다양한 국민의 뜻을 수렴하기 위해 시범 개방 행사를 기획했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을 직접 볼 수 있어 관람 신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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