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당권 노리는 친명·친문
전당대회 룰 놓고 싸움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룰 싸움'으로 옮겨붙었다. 문재인 정부 동안 민주당 주류였던 친문(親文)계가 '이재명 책임론'을 앞세워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 불가 분위기 조성에 나서자, 신(新)주류로 떠오른 친명(親明)계가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고 받아치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룰을 바꿔 당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반영률을 높이자는 건데 이렇게 되면 강성 당원 지지를 받는 이 의원에게 유리해진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9일 라디오에서 룰 변경을 주장하며 "(지금 구조에선) 우리 당에서는 이준석 같은 젊은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며 "이재명도 지금 출마해서 컷오프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 의원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엔 "당원 투표권 보장하라" "개딸과 개이모도 투표하고 싶다"는 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로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명계 주장은 여기서 권리당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지난 3월 대선 이후 입당한 '3개월 권리당원(현행 규정은 6개월)'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임명하는 대의원은 대체로 친문계 비중이 높다"며 "대의원 비중을 낮추고, 대선 이후 대거 입당한 '개딸'들이 투표에 나서면 이 의원에게 압도적인 표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친문계는 룰 변경 가능성에 공개적 언급을 삼가면서 지방선거 패배 책임부터 따져보자고 하고 있다. 친문 진영 중진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의원 당대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번 지선 패인 중 하나로 모든 언론과 전문가, 당원들 다수 의견도 송영길 서울시장 공천, 이재명 출마를 이야기한다"며 "우선 중요한 건 평가와 책임"이라고 했다. 패배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이날 "전대가 계파 싸움이나 권력 투쟁으로 규정된다면 민주당에 더 큰 위기와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우상호 의원은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당권 주자 간 합의를 하거나 당 구성원 60~70% 가깝게 공감대를 형성한 경우에만 룰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룰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향후 후보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사실상 룰 변경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재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자제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 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지지' 옷을 입고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다 고발된 신종 흑색선전 수법이 나타났는데, 이것만 봐도 비호감 지지 활동이 도움은커녕 해가 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기고자 : 박상기 기자
본문자수 : 146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