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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리인상 도미노 효과

올 들어 글로벌 금융 시장에 나타난 강(强)달러 현상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연준을 추격하며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추가적인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주요국 '빅 스텝' 속출, 강달러 주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각) "달러화 강세 행진이 중단됐지만 투자자들은 다시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주요 6대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7.1%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올해 최고점(104.85)에 오른 이후 꺾이면서 최근 102.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달 새 달러 가치가 2%쯤 떨어진 것이다. WSJ는 이 국면에서 다시 달러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12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88.6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8일은 1253.8원으로 4주 사이 2.7% 낮아졌다.

거침없이 상승세를 보이던 달러가 주춤한 이유는 주요국들이 자국 화폐 가치 방어와 물가 상승세를 저지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7일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0.35%에서 0.8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폭의 2배인 0.5%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을 선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빅 스텝'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캐나다중앙은행과 지난달 25일 뉴질랜드중앙은행도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캐나다중앙은행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빅 스텝'이었다. 최근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나 7월에는 돈 풀기(채권 매입 프로그램)를 중단하고 9월에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통화 긴축 정책을 구사하지 않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뿐이다.

◇원·달러 환율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수도

강달러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커졌다는 점이 꼽힌다. 4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8.3%로서 3월(8.5%)보다 한풀 꺾였다. 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지났다는 신호가 뚜렷해지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그러면 달러 강세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1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물가 상승률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5월 중순 이후 달러 가치가 소폭 떨어진 것은 중국이 코로나 방지용 봉쇄령을 일부 해제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초에 세계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다가 봉쇄령 일부 해제로 안도감이 생기면서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다는 것이다. WSJ는 "달러 강세가 반전되면 수출 기업들에 환영할 만한 뉴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달러가 오래 지속된 결과 미국 기업들이 수출할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불만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확률이 적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달러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화폐인 유로화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12일 저점 대비 2.7% 상승했다. 여름을 지나며 ECB가 금리를 올리면 유로화 강세로 달러가 위축되고, 그 결과 원화도 영향을 받아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인식이 있어 일부 되돌림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봉쇄령을 완전히 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희소식이 겹치면 1200원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1220원대 정도를 맞이할 확률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7.6원 급락하며 1238.6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중국의 봉쇄령 완화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달러의 기세가 완전히 꺾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연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경향) 자세를 버리지 않고 미국 경제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는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올해 달러 인덱스 추이 / 올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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