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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국책기관장 '경제안보' 대담

미·중 경제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신(新)냉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 안보가 주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경제 안보 연구·기획을 책임지는 4대 국책기관장들로부터 해법을 들어봤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주현 산업연구원장,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이은호 전략물자관리원장이 7일 서울 조선호텔에 모여 대담했다.

―'신냉전'이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나?

손승우=중국 견제와 신냉전 체제는 10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다. 일본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5%를 넘어섰을 때 제재가 시작됐는데, 현재 중국은 이미 70% 수준이다.

이은호=올해 미국·일본은 대(對)중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검토 중이다. 미국·EU(유럽연합)는 올해 말까지 어떤 국가들과 어느 분야에서 수출 통제 협력체를 구성할지 결정한다. 미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가 중심이 될 것이라 했다.

―새 정부의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정책을 평가하면?

손승우=전 정부 정책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었다. 안미경세로 전환하면 단기적으로 피해 기업이 나올 수 있다. 해외 의존도가 큰 전략 물자의 자국 생산을 늘리거나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대만 반도체사 TSMC에 지원을 약속하고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유치한 것과 같은 전략도 요구된다.

이은호=한국은 글로벌 기술·공급망 관리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국·EU는 중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양측의 규제 수준을 비슷하게 맞춰가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 제조 기술의 유출 가능성과 이를 막을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가입 추진 등 한국이 미국과 가까워질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은?

주현=IPEF가 이제 협상 시작을 선언했고 어떤 성격을 갖고 운영될지 미지수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섣부르다. 여러 아시아국 등 14국이 참여를 밝혀 한국에게만 선제 보복하는 상황도 가정하기 어렵다.

김흥종=2017년 사드 사태에서 중국은 한국에게 타격이 있지만 자신들에게 영향이 적은 중국 관광객 한국 여행 제한, 한류 콘텐츠 및 화장품 수입 규제 등 분야를 선택했다. 현재는 원자재·중간재 관련 제재를 예상할 수 있으나 이는 중국에도 손해다.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의 80%, 수입품의 64%가 중간재였다. 한국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순 최종재 수출 금지 정도가 중국 피해 없이 한국에 단기 타격을 줄 수 있다.

―작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사태 같은 자원 무기화 극복 방안은?

김흥종=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IPEF 등 협력체를 통해 강한 공급망 연대가 이뤄지면,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국가의 의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주현=정부·민간 간 협력 관계도 구축돼야 한다. 정부는 경제 안보 정책 강화 과정에서 민간의 생산·혁신이 제약받는 것을 유의해야 하고, 기업들은 정부와 공급망 안보 등에서 적극 공동 대처해야 한다.

[그래픽] 무역수지 추이 기고자 :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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