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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 밴드' 장영규·백현진, 안은미 무용서 함께 음악 맡아
＂'투잡족'처럼 열심히 뛰는거죠＂

한 명은 국악인으로, 다른 한 명은 악역 전문 배우로 종종 오해받는다. 국악 퓨전 그룹 '이날치'의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53)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드라마 '모범택시' '악마판사'의 악역으로 친숙한 백현진(49)씨다. 백씨는 "지금까지 했던 배역이 거의 다 나쁜 놈들이긴 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실은 절반만 옳다. 장씨는 밴드 '이날치' 외에도 영화 '타짜' '곡성' '죽여주는 여자'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백씨 역시 연기 외에 화가와 설치미술가로도 활약 중이다.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방위 예술가'인 이들에게는 또 하나 숨은 공통점이 있다. 1990년대 전설적 인디 밴드였던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다시 뭉친다. 오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은미와 영규와 현진'에서 함께 음악을 맡는 것.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어어부 프로젝트 공연 이후 6년 만의 재결합이다. "한두 번 만나서 작전만 잘 짜면…."(장영규), "공연의 구조가 잡히면 무용수(안은미)의 즉흥에 따라서 우리도 거의 즉흥으로 하는 거죠."(백현진) 공연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백전노장들의 답변에서는 여유가 흠씬 묻어 나왔다.

어어부 프로젝트는 1997년 첫 독집을 포함해 단 4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한 그룹. 하지만 음반은 한국 가요사의 100대 명반을 꼽을 적마다 빠지지 않는다. 1990년대 결성 초창기부터 이들은 안은미(무용), 이불·최정화(미술), 이재용 감독(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후배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당시 만남이 안은미와의 협력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에 함께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반칙왕'에서 대사 한 줄 없이 가만히 서 있던 단역이 처음으로 함께 맡았던 역할"이라며 웃었다.

이들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무경계' '전방위'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많은 일을 벌이는 것 같아도 음악이라는 테두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은 없었다"(장영규), "'투잡족(두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듯이 음악·미술·연기라는 '스리잡(3 job)'을 뛰고 있을 뿐"(백현진)이라고 답했다. 6년 만에 나란히 사진 촬영을 하면서 말했다. "우리, 기념으로 싱글 음반이라도 다시 만들까?"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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