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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와 2500원 국밥 즐겨
코로나 전엔 '낙원동 사우나' 단골… 겨울엔 붕어빵 사서 주변과 나눠

"좀 전까지 저기 앉아 계셨던 것 같은데…. 엊그제도 저 자리에서 된장찌개에 밥 비벼서 맛있게 드시고 가셨거든요."

8일 오후 서울 낙원동 '송해길' 인근 일미식당. 직원 정군화(64)씨는 "송해 선생님이 아프시기 전엔 거의 매일 오시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송해의 사진이 붙어 있는 자리가 생전 그의 '지정석'. "엊그제도 식사 뒤에 사장님이 사온 수박을 같이 나눠 드셨어요. 된장찌개, 더덕구이를 제일 좋아하셨는데…. 같은 연배 분들과는 늘 악수하시고, 젊은이들과는 사진도 찍어주셨거든요."

이날 별세한 희극인·배우 송해(95)는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로도 널리 알려졌다. 지금 올라서 2500원인 국밥집, 또 6000원으로 오른 이발소의 단골이었다. 서울 매봉역 인근에서 낙원동 근처 종로3가역까지 거의 매일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녔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걷는 것이 그의 건강 비결이었다.

매일 목욕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건강 비결. 낙원동서 27년째인 '낙원동 사우나'에는 지금도 '송해 사우나'라는 작은 간판이 남아 있다. 이 사우나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전날 들러 시민들과 만나 이런저런 의견을 듣는 송해만의 '시청자 센터'이기도 했다. 진은순(54) 사장은 "사우나 냉수가 천연 암반수라 들어가 앉아 있는 게 보약이라며 자주 오셨다"면서 "코로나 이후 사우나는 안 하셨지만, 근처 식당들 들르시는 모습은 일상처럼 뵈었다"고 했다.

낙원동 일대에는 송해의 동상이 두 군데 있다. 송해길에 하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옆에 하나. 지하철역 입구 동상 옆 벤치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예를 표하도록 자리도 깔려 있다.

근처에서 옥수수를 파는 한 상인은 "겨울이면 지하철역 근처 붕어빵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즐겨 나눠주셨는데, 지금은 날이 더워 붕어빵 가판은 없어졌다"며 "이 동네에서 따뜻하게 인사해 주는 송해씨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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