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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 지침을 핑계로 가계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5%로,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더 높았던 2014년 2월의 대출 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기업 대출에는 2014년 2월보다 평균 1.1%포인트 이상 낮은 연 3.45%의 금리를 받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 대출 증가를 억제하라는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만 대폭 올리고 예금 금리는 쥐꼬리만큼만 올려 생색만 냈다. 그 결과 지난해 4대 금융 그룹은 대출·예금 금리 차이인 '예대 마진'으로만 34조원의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두었다. 은행들은 이 돈으로 올 연초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월급의 300%를 지급하고, 명예 퇴직자에게 3~4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안겨주는 등 돈 잔치를 벌였다.

은행들은 1998년 외환 위기 때 국민과 국가에 큰 신세를 졌다. 무분별한 기업 대출로 대다수 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168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받아 기사회생했다. '손실의 사회화' 덕에 살아남은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예금·대출 장사로 편하게 돈을 벌어 억대 연봉을 나눠 먹으며 이익을 사유화해왔다. 올해 임금 협상에서도 은행 노조들은 막대한 이익을 근거로 정년 65세 연장, 60세 이전 임금피크 금지, 임금 감소 없는 주 4일 근무, 임금 6.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이 폭리로 호황을 누리는 사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금융기관에서 새로 200조원 넘는 빚을 내 버텨왔다. 이 빚의 상환 유예 기간이 끝나는 9월 이후엔 파산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대출도 80%가 변동금리 대출이라 금리 인상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번엔 은행들이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 가계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린 만큼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대출 금리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금 금리는 더 올려야 한다. 임직원들의 과도한 이익 나눠 먹기도 자제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기심에서 벗어나 상생의 연대 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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