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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간 서서히 육식(肉食)의 비중을 줄이다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비건이 되었다. 채식주의자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고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과 유제품과 계란은 먹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고기와 해산물은 물론 유제품과 계란까지도 먹지 않는 유형이 있다. 후자가 비건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지만 육수는 먹는 '비덩주의'도 있다. 요점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만큼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채식의 다양한 옵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통 어떤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테면 표의 가장 위에 폴로(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유형), 그 밑에 조류의 고기가 빠진 페스코, 그 밑에 해산물이 빠진 락토오보, 그 밑에 계란이 빠진 오보나 유제품이 빠진 락토, 가장 밑에 모든 항목을 걷어낸 비건이 있는 식이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비건은 뭘 먹고 살아?"

여전히 비건을 '고통스러운 빼기'로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비건들은 잘 먹고 잘 산다. 매콤한 칠리 소스에 튀긴 가지를 볶아내도 비건이고,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버섯을 잘 볶아서 파스타면을 넣어도 비건이다. 땅콩버터와 마라 소스를 섞어 쫑쫑 썰어둔 쪽파와 두부면에 버무릴 수도 있고 병아리콩과 향신료 등을 갈아서 만든 후무스를 빵에 발라 먹을 수도 있다. 요새는 풀무원이며 CJ며 하는 대기업들도 비건식을 만들고 적지 않은 식품 업체에서 비건 간편식을 만든다.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문제건만.

나는 저 표를 거꾸로 그리고 싶다. 비건 옆에는 콩류, 버섯류, 해조류, 곡물, 채소, 견과류 등등을 써넣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항목이 추가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간결한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비건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선택인지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고자 : 김겨울 '아무튼, 피아노' 저자·북튜버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1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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